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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를 찾아서

[2022년 치앙마이 여행] (2일차) 맛있는 음식, 전망 좋은 카페 그리고 구시가지의 기념품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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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오늘은 정말 많이 걷고, 정말 많이 먹고,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았던 하루였다. 그런데 이렇게 관광을 해도 돈을 별로 쓰지 않았다. 음식이 거의 한 메뉴당 40~70바트 정도였는데, 한국 돈으로 1600원~3000원 선이다. 두 사람이 배부르게 메뉴 3개를 시켜서 먹어도 한국 돈으로 1만원이 채 나오지 않는 것이다. 여느 한국의 관광지였다면, 한 끼에 적어도 3만원~5만원은 썼을 것이고 3끼니를 모두 밖에서 먹으면 밥값만 15만원을 쓴다고 봐야 할 것이다. 치앙마이에서는 그 1/5 정도만 써도 하루 종일 정말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나와 짝꿍이 치앙마이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되짚어 보도록 한다.

치앙마이의 아침, 자세히 보면 고양이 지붕에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있다.
숙소의 코끼리 문손잡이

1) 아침 8시 정도에 눈을 떴고,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오니 9시 정도 되었다. 오늘은 숙소 주인 아주머니가 시내까지 태워주셔서, 체력을 좀 아낄 수 있었다. 숙소에서 나오다가 우연히 문 손잡이를 봤는데, 코끼리 모양이었다. 물론 비용을 생각한다면 이런 손잡이가 아니라 그냥 가장 싸고 단순한 손잡이를 거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주인 아주머니가 숙소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주신 덕분에 아침부터 코끼리 코를 한번 쓰다듬을 수 있었다.

어딜가나 작은 사원이 길거리에 있다.
사원의 담벼락의 문양, 용 모양이다.
사원 담벼락의 문양, 꽃과 물결 문양이다.

2) 아주머니는 우리를 마야 쇼핑몰 인근에 내려주셨고, 우리는 브런치 가게를 향해 걸어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변 풍경이 하나 같이 화려하고, 개성있으며, 재밌었다. 담벼락의 무늬들도 대충 만든 것이 거의 없었고, 최대한 화려하면서도 정성스레 만든 것이 대부분이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이런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모여 그 도시의 이미지가 된다. 치앙마이는 우리나라의 여느 도시보다 더 정성스럽게 꾸며진 느낌이었다. 물론,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나 일본, 유럽처럼 뭔가 잘 정돈된 느낌은 아니다.

테트리스를 하듯 쌓여 있는 간이 식탁과 의자

3) 그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이 목재 간이 식탁과 의자들이다. 밤에 야시장이 열릴 때 사용하는 물건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대부분 나무로 만든 것들이었다. 이런 의자들을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쉽게 썩지 않고, 재활용도 힘들다. 단순히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참 친환경적이라고 느껴졌다.

<꼬프악 꼬담>의 찐 빵과 쌀국수

4) 그렇게 짝꿍과 함께 감탄을 연발하며 길을 걷다가 도착한 곳은 <꼬프악 꼬담>이다. 이 곳에서 찐 빵과 쌀국수를 먹었다. 농담을 하나도 섞지 않고, 정말 특이하고 맛있었다. 찹쌀로 쌀국수를 만든 것처럼 쌀국수 면이 흐물흐물 하면서 찰기가 있었다. 그리고 저 빵은 화려한 소스에 찍어먹는 것인데, 한국에도 제발 이런 음식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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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hhide>의 복숭아 아메리카노와 라떼

5) 다음으로 입가심을 하기 위해 간 곳은 <Fohhide>라는 카페였다. 동남아는 어딘가 촌스럽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이 곳은 서울에 있는 어느 유명한 카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내부 디자인부터 메뉴판까지 깔끔한 모습이었다. 나는 복숭아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아메리카노에 복숭아 한 조각과 허브가 들어있었다. 플라스틱 컵을 주는 것은 조금 아쉬웠으나, 맛은 괜찮았다. 우리나라도 다 똑같은 아메리카노 말고, 이런 특이한 메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Fohhide · 14/2 ชั้น 5 Nimmana Haeminda Rd Lane 5,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

★★★★★ · 커피숍/커피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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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바라본 치앙마이의 풍경, 저 멀리 숲이 보인다.
사원 입구나 큰 저택 대문에는 대부분 이러한 물건이 걸려 있었다.
치앙마이 구시가지를 둘러싼 수로의 다리

6) 치앙마이 지도를 보면, 사각형으로 수로가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 눈에 띈다. 이 곳이 치앙마이의 구시가지이다. 우리는 구시가지까지 걷기로 하고 햇살을 맞으며 길을 걸었다. 짝꿍과 나는 여행 스타일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미련해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걷는 것을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다. 각설하고, 이 수로에는 많은 다리가 놓여 있는데, 태국 전통 양식으로 꾸며놓은 것이 많다. 낡기는 했으나, 이렇게 다리 하나에도 그 나라의 문화가 담긴다는 것은 참 세심하고 정성스러운 일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어떤가? 아주 심심하게 생겼던가, 아니면 아주 부담스럽게 전통문양을 때려넣었던가, 양극단에 있는 다리들이 많은 것 같다.

<농 가죽샵의 물건들>

7) 다음으로 들른 곳은 구시가지 안에 있는 기념품샵이었다. 기념품에 관해서는 참 할 말이 많다. 특색이 없거나,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었거나, 그 지역의 문화와 전혀 관련이 없거나, 친환경적인 소재가 아닌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졌거나.. 차라리 사지 않는 것이 좋은 물건들이 참 많다. 그러나 <Nong Handmade Leather>는 내 기준에서 꽤 괜찮은 가게였다. 물론 내가 눈이 낮아서 그런 것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가게 안에 있는 작업장에서 유니크하면서도 질 좋은 물건들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가게에서 기념품을 좀 샀다. 나도 언젠가 이런 멋진 가게를 운영해볼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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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양념을 한 닭고기 요리와 망고구이

8) 가죽샵에 들렸다가 간 곳은 <Kiti Panit>이라는 식당이다. 찾아보니 미슐랭에도 나왔다고 하고, 유튜브에서도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라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냥 깔끔하고 음식도 이 정도면 참 맛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쓴 리뷰는 썩 좋지 않다. 음식이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았는데, 뭔가 아주 특이한 맛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맛이었던 것 같다. 망고구이와 찰밥이 참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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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있는 정원, 특이한 것이 참 많다.

9) 나는 조경에도 조금 관심이 있는데, 치앙마이의 조경을 보며 참 즐거웠다. 치앙마이의 정원들을 보면 물, 풀, 꽃 이 3가지를 참 잘 조합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 나는 오늘 잠깐 여행 중간에 머리가 아프고 식은 땀이 흘렀던 시간이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우선 음식을 먹고 바로 열심히 걷다보니 소화가 잘 안되었다. 그리고 머리 속이 사실 좀 복잡했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멋진 기념품을 사줘야 하는데..' 또 '한국으로 돌아가면 열심히 취업준비를 해서 올해 안에 다시 일을 좀 찾고 싶은데..' 같은 고민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 치앙마이의 풍경과 기념품, 음식들이 주는 자극이 얼마나 강렬한지, 나는 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짝꿍과 천천히 걸으면서 풍경을 감상하니 잡생각도 사라지고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QR코드를 찍으면 웹사이트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주문을 할 수 있다.
모닝글로리 덮밥과 팟타이

10) 컨디션이 회복되니 다시 배가 고팠다. 정말 태국 여행은 살찔 각오를 하던가, 아니면 아예 무조건 걸어다니면서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하는 것 같다. 구글에서 리뷰만 잘 알아보고 간다면 거의 모든 음식들이 맛있다. 더욱이 나는 고수도 좋아하고, 전라도 출신인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에 길들여져서인지 액젓도 맛있게 잘 먹는다. 무엇보다.. 물가가 한국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이렇게 많이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저녁 즈음 해서 들른 곳은 아래에 링크를 걸어둔 식당이다. 주인 할머니께서 친절하게 말도 걸어주시고, 영어로 이것 저것 물어봐주신다. 팟타이와 덮밥은 내가 한국에서 먹었던 그 어느 팟타이와 태국식 덮밥보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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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셔츠들이 가득한 빈티지샵
벽에 걸린 옷들은 좀 비싼 것들이다.

11) 저녁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다시 좀 걷기로 했다. 그러다가 만난 빈티지샵 <Love 70s>...우선 주인 아저씨가 굉장히 붙임성이 좋으시다. 하와이안 셔츠 맛집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가득했다. 가격은 200~400바트 정도인데, 한국돈으로 8,000원~16,000원 정도이다. 서울에서 이런 셔츠를 사려면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이정도면 내 기준에서는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져온 돈이 거의 다 떨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옷을 사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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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어있는 것은 곤충이 아니라 도마뱀처럼 생긴 동물이었다.

12) 물론 치앙마이가 아주 깔끔하고 정돈된 도시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자유분방하고, 흥겹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차분한 도시였다. 모든 도시가 그렇듯, 자기 취향에 맞으면 천국이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고향, 직업, 친구, 가족, 연인 등등.. 인생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 중에는 내 취향에 딱 맞는 것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다행히 취향에 잘 맞는 것을 찾았다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또 조금씩 찾아나가면 될 일이다.

...

여행에서 뭔가를 반드시 얻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과하면 신경이 예민해져서 여행을 그르칠 수 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오늘 잠깐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대신, '욕심을 버려라', '마음을 비워라', '받아들여라', '웃으며 살자', '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여기-우리에만 집중하라', '무의미한 걱정을 하지 마라' 이런 말들을 되뇌이다 보니 훨씬 나아졌다. 이런 말들이 인생살이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열심히 걸어다닌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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