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문화를 찾아서

[2022년 치앙마이 여행] (3일차) 반캉왓 구경, 현지 이발소 이용, 썽태우 탑승, 그리고 하와이안 셔츠

728x90

<내용 요약>
치앙마이에서 맞는 3번째 날이 밝았다. 어제는 구시가지를 위주로 돌아다녔는데, 오늘은 그 반대편을 향해서 걸으면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태국 음식을 먹었다. 쌀국수, 학교 앞 양념 꼬치, 밀크티, 덮밥 등등을 먹었다. 또 예상치 못하게..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도 잘랐다. 그 후에는 반캉왓을 구경하고, 썽태우를 타고 구시가지로 갔다. 그리고 어제 돈이 없어서 못 샀던 하와이안 티셔츠를 4벌 구매한 뒤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그럼 오늘 느낀 바를 기록해보도록 한다.

오늘도 날씨가 좋았다.

1) 택시 기사님한테 물어보니, 10월은 태국에서 우기가 끝나가는 시기라고 했다. 그래서 종종 억수같이 비가 온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운 좋게도 3일차인 오늘도 치앙마이는 맑았다. 아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괜찮았다. 오늘은 어떤 것을 보게 될까? 어떤 음식을 먹게 될까?

영어가 안쓰여 있어서 메뉴판을 읽을 수가 없었다.
쌀국수 가게 앞 풍경
소고기 쌀국수와 닭고기 쌀국수

2) 숙소에서 걸어나오다보니 배가 고팠다. 그래서 눈에 띄는 가게 중에 현지인들이 음식을 드시고 있는 식당 아무 곳에 그냥 들어갔다. 구글맵에도 리뷰가 없고, 메뉴판에 영어도 안써있고, 가게 주인도 영어를 하지 못했다. 다행히 가게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현지인 아저씨가 간단하게 영어로 통역을 해주었다. 그래서 먹게 된 소고기 쌀국수와 닭고기 쌀국수... 매우 맛있었다. 가격도 2그릇에 70바트, 한국돈으로 3천원이 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진한 국물과 각종 내장 고기들이 딱 내 스타일이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식당보다 훨씬 맛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침이 고인다... 한국에서 쌀국수를 먹으며 맛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학교 앞 꼬치 가게
하나에 5바트, 우리 돈 200원도 안된다. 진짜 맛있다.

3) 길을 걷다가 학교와 사원을 지나쳤는데, 포장마차에서 꼬치를 팔고 있었다. 닭고기는 아니었던 것 같고, 돼지고기 꼬치였던 것 같다. 10바트에 2개를 사서 짝꿍과 나눠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간장과 액젓, 설탕, 약간의 향신료가 들어간 것 같은 소스를 발라서 불에 구운 것인데, 어떻게 5바트라는 가격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 학교 앞에서 꼬치를 팔던 아주머니께는 죄송하지만 치앙마이 꼬치가 더 맛있다.

거리에 엄청나게 큰 나무들이 즐비하다
큰 나무에는 종종 작은 제단(?)이 보이기도 한다.
태국 차이 밀크티, 점보 사이즈를 구매했는데 얼음이 거의 80%이다.

로컬 이발소에서 머리를 잘랐다. 대만족.

4) 그렇게 계속 걷다보니 퐁노이 사원 근처의 음료수 가게를 발견하게 되었고, 우리는 거대한(?) 차이 밀크티를 마시며 인근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발견한 이발소, 마침 머리가 너무 길어서 불편했던 찰나에 이발소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나는 약간 망설였지만 바로 들어갔다. 신나는 태국 라디오를 들으며 아저씨의 가위에 나의 머리를 맡겼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이발소에서 머리도 잘라보다니 참 재밌는 경험이었다. 역시, 나는 관광지만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이런 일상적인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이 더 재밌는 것 같다. 자세한 위치를 찾을 수 없어서, 퐁노이 사원의 링크만 올려둔다.

Google Maps

Find local businesses, view maps and get driving directions in Google Maps.

www.google.com

담벼락이 이렇게 화려하다니..
귀여운 쥐 동상, 쥐인지 아르마딜로인지 헷갈린다.

5) 오늘도 치앙마이 길거리를 걸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확실히 보행자 친화적인 도시는 아니다. 일단 도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도로 갓길로 걸어다녀야 되는데, 오토바이 매연과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를 다 받아들이면서 걸어가야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더럽고 정돈되지 않은 길도 많다. 그러나 치앙마이의 거리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렇게 개성있고 아름답게 꾸며진 담벼락이 많다는 것이다. 조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치앙마이 담벼락 투어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유니크한 장신구들과 생활용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Enough for life village] 카페에서 마신 아메리카노

6) 다음으로 들른 곳은 [Enough for life village] 카페였다. 뭔가 살짝 외진 곳에 있는데, 구글 리뷰에도 종종 쓰여있듯 묘하게 서울의 힙한 카페 느낌이 난다. 숙박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듯 하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첫번째, 혼자서 치앙마이에 한 달 동안 살라고 하면 나는 살지 않을 것 같다. 이 도시가 너무나 재밌고 행복하지만, 나에게는 한 5일 정도만 머무르는 것이 적합한 것 같다. 두번째, 맛있는 음식 먹고, 즐거운 체험을 하고, 쇼핑을 하는 것은 물론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그런 일만 한다면...? 그것은 고문이다. 일, 놀이, 휴식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놀이와 휴식만 하다보니 지치는 것이다. 여행 중간 중간에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더 건강한 여행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열심히 티스토리에 글을 쓰며, 여기서 받은 영감을 정리하는 것이다. 마지막 셋째, 욕심은 양날의 칼이다. 욕심은 인간을 성장시키지만, 동시에 많은 집착과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완벽한 여행을 하려고 너무 큰 욕심을 가지면 오히려 여행을 그르치게 된다.

Google Maps

Find local businesses, view maps and get driving directions in Google Maps.

www.google.com

[Kindee Meesuk] 의 돼지고기 구이와 쏨땀

7) 커피를 한잔 마시고, 우리는 [Kindee Meesuk] 이라는 음식점으로 갔다. 이 곳은 태국에서 들른 식당 중에 매우 깔끔한 축에 속한 곳이었다. 젊은 여자 사장님이 우리를 맞아주셨고, 영어를 정말 잘하셨다. 이 곳은 이싼 음식 전문이었는데, 이싼 지방은 태국의 동북부 지역을 의미한다. 쌀국수를 주문했는데, 피쉬 소스를 넣겠냐고 사장님이 물어보시기에 나는 당연히 "오케이~"를 외쳤다. 우리 어머니가 전라도 여수 출신이신데,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액젓이 들어간 요리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그나마 액젓을 적게 넣었을 텐데 내가 먹기에도 쿰쿰한 맛이 강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싼 요리를 살짝이라도 경험할 수 있었기에 만족한다.

Google Maps

Find local businesses, view maps and get driving directions in Google Maps.

www.google.com

코코넛 찹쌀 떡 구이(?)

8) 또, 우리는 오늘 이 코코넛 찹쌀 떡 구이(?)도 사먹었다. 왠지 사람이 많이 모여 있길래 이 포장마차에 들렸던 것인데, 와... 정말 맛있었다. 한국에서 팔아도 잘 팔릴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우리가 포장마차 앞에서 쭈뼛거리고 있으니, 옆에 있던 한 청년이 영어로 통역을 해주었는데, 정말 영어를 엄청 잘하셨다. 포장마차 있는 아주머니마저도 영어를 잘하셨다. 한국 공교육에서 거의 12년간 영어교육을 받은 나보다 태국 사람들이 영어를 잘 했다. 그것은 왜일까? 나는 시험을 치기위해 영어를 공부하고, 일상에서는 전혀 영어로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분들은 일상에서 외국인들과의 소통을 위해 영어를 사용하며 살고 있었다. 이 분들이 토익 시험을 보면 점수가 그리 높지 않겠지만, 토익 시험 점수가 이곳에서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반캉왓 풍경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상품들이 있다

9) 다음으로 들른 곳은 반캉왓(Baan Kang Wat)이라는 곳이다. 이 곳은 일종의 예술인 마을인데, 개인적으로는 서울의 인사동을 축소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구글 리뷰를 보면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만족했다. 두리안 아이스크림도 맛있었고, 다양한 수공예품들도 예쁘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격이 좀 비싼 편이었다. 또 실제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한번 쓱 둘러본 뒤에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하나 사 먹고 오기에 좋은 곳이다. 이 곳의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야생적이고 자유분방한 가게들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본이 투자되어 세워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깔끔한 공예품 상가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 곳에는 가게마다 워크샵을 한 두개씩 운영하고 있는데, 가게에 들려서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목걸이 만들기, 뜨개질 하기, 도자기 만들기 같은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나는 이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왕 돈을 들여서 이런 예술인 상가를 만든다면 차라리 태국 느낌으로 그럴싸 하게 만들고, 워크샵 위주의 상가로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런 점은 우리나라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반캉왓 · 123/1 123/1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

★★★★☆ · 아트 센터

www.google.com

나처럼 과도한 안전 주의자의 눈에는 위험해보인다.
썽태우 내부 모습, 의자가 꽤 편하다.

10) 어제 못 산 하와이안 셔츠를 사기 위해, 저녁 즈음에는 구시가지, 즉 올드타운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그래서 Bolt 앱으로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잡히지가 않았다. 걸어서 갈까 생각했지만.. 짝꿍은 썽태우를 타보자고 했다. 썽태우는 트럭을 개조한 대중교통인데, 나는 문화충격을 받았다. 일단 뒷 문이 열려 있고, 정류장이 따로 없다. 그냥 지나가다가 보이면 기사님이랑 가격을 흥정한 뒤 그냥 타면 된다. 어쩔 때는 그냥 빈 썽태우에 일단 타면 기사님이 적당한 곳에서 차를 세우고 목적지를 물어보신다. 아무튼, 이 썽태우를 타고 우리는 신나게 올드타운으로 갈 수 있었다.

이 매장은 꽤 규모가 크다.
걸려 있는 옷들은 조금 가격이 비싸다. 400바트 정도이다.
매장에 깔려 있는 것들은 200바트~300바트이다. 우리 돈 8천원 정도.

11) 그렇게 다시 도착한 <Love 70s>, 1시간 동안 즐겁게 옷을 고르고 하와이안 셔츠 4벌을 구매했다. 여기에는 중고 가방과 원피스, 점퍼, 모자, 지갑도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가게가 사실은 그렇게 싼 편은 아니긴 했다... 아무튼, 이 많은 하와이안 셔츠를 보고 있노라면,"아름답고 실용적이다." 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어떤 상품이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실용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무슨 패션 디자이너도 아니고, 나는 그냥 아름다운 무늬가 그려져 있다면 멋진 옷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이 수많은 중고의류 속에서 아름다운 하와이안 티셔츠를 찾아 헤매이며 아주 큰 쾌락을 맛보았다. 인류의 조상 중 무성한 잡초들 속에서 끈기 있게 산딸기나 약초를 찾아 수집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자가 생존 확률이 더 높지 않았을까? 아마 그래서 나도 이렇게 무엇인가를 발견하며, 수집하며, 큰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치앙마이에서 나의 적성 하나를 또 깨닫고 간다.

Love70s · 54/2-4 Singharat Rd, Tambon Si Phum,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

★★★★☆ · 중고 의류 상점

www.google.com


...

좋은 여행이란 무엇일까. 아니,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오늘의 여행을 마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드는 생각으로는... 일, 놀이, 휴식의 균형이 맞는 삶이 좋은 삶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균형을 맞춰나가기 위해서는 일종의 "자기 연구"가 필요하다. 나 자신을 연구하여 내가 어떤 성격, 적성, 욕심,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 계속 연구해야 그 균형을 잘 찾아갈 수 있다. 아, 치앙마이에서 하와이안 티셔츠를 입고 소고기 쌀국수를 한 그릇 먹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아주 좋은 삶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