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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사회복지

<아픔이 길이 되려면> , 김승섭 , 동아시아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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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암의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원인은 흡연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폐암 발병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흡연율을 줄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이 책이 소개하는 '사회역학', 즉 질병이 발생하는 사회적 요인에 대해 연구하는 이 학문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담배를 많이 피는 사람은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에서 멈추지 않고, 어떠한 환경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피는 지를 함께 묻는 것이 바로 사회역학적 사고방식이다.
  연구에 따르면, 높은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경제적 자원이 적고, 흡연을 권장하는 사회규범이 존재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흡연율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폐암 발병율을 줄일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금연 캠프에 참여시키고, 금연 상담사를 고용하고, 금연 보조제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책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10년 뒤에 폐암에 걸릴 수도 있으니 담배를 끊으라"고 권유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아니면 흡연자가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물론 이 책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있어서 사회역학적 대안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또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질병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 노동자들의 스트레스가 암을 유발한다고 했을 때,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한국사회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과연 쉬울까? 끊임 없는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야 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제도를 만들고,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이 책은 사회적 차별, 열악한 노동환경,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등의 사회구조적 원인이 질병의 발병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실증적인 방법으로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는 왜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는가? 열악한 사회적 안전망이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도록 방치하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고, 충분히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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