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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을 찾아서

새절역 오레노라멘, <라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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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틈으로 보이는 오레노라멘의 간판

은평구를 가로지르는 불광천. 그 불광천을 걷다보면 라면집이 하나 있다. 새절역에서 내린 뒤 불광천을 가로지르면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오레노라멘" 이란 일본어로 "나의 라멘"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가게 이름처럼 이 집의 라면에도 일종의 자의식이 가득 차 있을지 궁금증이 생긴다.

노을이 아름답다

사실 처음 방문한 곳은 아니다. 한 달 전에 이 곳에서 라면을 먹은 뒤 몇몇 라면집을 돌아다녔지만, 이 곳만큼 맛이 깔끔한 곳은 없었다. 딱히 바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보람차지도 않은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에 자전거를 타다보면 생각나는 그런 맛이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천천히 불광천을 건너 가게로 향한다.

깔끔한 외부처럼 내부도 깔끔하다.
망고플레이트에서 3년연속 맛집으로 소개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라멘을 생각하면 일본의 세일즈맨들이 떠오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독한 세일즈맨들이 퇴근 후 허기를 달래기 위해 라멘집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가? 아무튼,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도 문득 외로울 때는 라멘을 먹으러 간다. 라면 말고 일본식 라멘 말이다.

오늘의 선택은 라임라멘

메뉴판에 라임라멘이 있길래 나는 농담인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 라임이 얹어진 라멘을 한그릇 나왔다. 놀랍게도 말이다. 진짜 라임이었다.
나는 라멘 만드는 요리사의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종의 장인정신이랄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듯 면을 삶고, 육수를 붓고, 파를 얹고, 고기를 얹는 모습에서 요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어떤 분야의 장인이 되고 싶다.

정말 맛있는 반숙계란, 반은 아니고 75%정도 익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나의 위를 적신다. 오늘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건, 얼만큼 내가 삶에 불만족했건, 지금은 고독한 직장인들이 라멘집을 찾아 마음을 위로하는 저녁식사 시간일 뿐이다. 라멘 육수를 마음에 부울 수는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나의 위벽을 이 육수로 적시는 것이다. 국물에서는 향긋한 라임향이 느껴졌는데, 생각외로 정말 잘 어울린다. 깔끔함을 훨씬 배가시켜주는 것 같다.

라임을 씹어먹어도 맛있다.

그래, 직장생활도 라멘 한 그릇을 영혼을 담아 만드는 과정 같은 것이다. 결과물은 다르겠지만, 또 자기 적성에 100퍼센트 맞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 한 접시는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하고, 또 누군가의 허기를 달래주고, 누군가를 기쁘게 해줄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라멘집의 라임라멘처럼 말이다. 물론 돈은 받아야겠지.

고기와 반숙계란을 추가했다. 추가메뉴의 가격은 3천원인데, 면은 공짜였다.

  태어나서 라임라멘은 처음 먹어보았다. 생각외로 정말 맛있었고, 또 잘 어울렸다. 이 라임라멘을 개발한 사람처럼 창의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래서 잘 살게 해달라고 그 누군가에게 기도를 하며 유유히 라멘집을 빠져나왔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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