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시 장성동, 여행으로 들른 곳이기 때문에 사정을 잘 알지 못하지만, 한 때는 석탄산업의 메카로 태백 안에서도 가장 잘 사는 동네였다고 한다. 어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창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기에도 태백시 장성동에서는 돈이 흔했다고 한다. 광업소에만 취직하면 생계가 다 해결됬다나.. 아무튼, 오늘의 주제는 닭갈비이므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태백의 특산물이랄까.. 독특한 음식이 바로 물닭갈비이다. 보통 닭갈비라고 하면 국물이 거의 없는 형태인데, 태백시의 닭갈비는 국물이 많다. 닭갈비 찌개 정도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기도 하다. 태백시의 광부들이 일을 끝내고 닭갈비를 많이 먹었는데, 광산에서 일하느라 목이 칼칼했던 광부들은 좀 더 국물이 많은 닭갈비를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물닭갈비라고 한다.

태백시에는 물닭갈비집이 참 많은데, 왠만하면 다 맛있다. 그러나 가게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닭고기, 육수, 야채, 사리 이 4가지는 항상 들어가지만 그 비율이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이 곳 골목 닭갈비는 쑥갓과 깻잎, 호박, 콩나물이 들어간 형태이다. 과연 국물 맛은 어떨지..

밑반찬은 이 4가지였다. 색깔을 맞춘 것처럼 초록,노랑,빨강,갈색의 조화가 아름답다. 태백의 물닭갈비 집은 대부분 고추와 단무지는 꼭 주는 것 같다. 고추가 많이 나나? 아무튼, 닭갈비를 먹다가 약간 느끼하면 고추를 먹어주는 것이 좋다. 맛이 개운하다.

보글보글 끓어가는 물닭갈비. 쑥갓과 깻잎의 향이 쎄다. 하지만 그 쎈 향이 이 물닭갈비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을에는 냉이를 얹어주는 닭갈비집도 더러 있다.

이 집의 닭갈비는 특히 부드러웠다. 냉동 닭고기가 아니라 냉장 닭고기를 사용하신 듯 하다. 물론 주방에는 안들어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닭이 살짝 익은 상태로 나오므로 잘 익혀서 먹었다. 언제 먹어도 닭은 맛있다.


이 집은 특이하게도 닭갈비를 다 먹으면 식혜를 주셨다. 안 그래도 양념이 약간 매운 편이었는데, 달달한 식혜를 먹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사이다나 콜라를 주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코스는 볶음밥이었다. 계란을 깨서 넣어주는 집도 있는데, 이 곳은 담백하게 밥,김,야채 딱 이 정도를 주신다. 깔끔해서 오히려 더 좋았다. 닭갈비 국물에 가득했던 야채와 닭고기의 향미가 밥알에 스며들어 굉장히 맛있었다. 샤브샤브집을 가던 전골집을 가던 우리나라 식당들은 항상 마지막에 밥을 비벼주신다.

다음번엔 다른 닭갈비 집을 찾아가서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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