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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을 찾아서

마포옥 양지설렁탕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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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소 모양 장식이 달려 있는 집이다.

마포역 1번 출구에서 50m 직진 후 우회전 하면 이런 식당이 있다. 1949년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는 마포옥이다.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집이라고 해서 가봤다.

옥상에는 골프장도 있다. 손님용인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에는 1층이 빽다방이고, 2층부터 마포옥 식당이었던 적도 있었다. 확장하여 아예 건물 전체를 쓰고 계시다. 곳곳에 마포옥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글이 붙어있는데, 그냥 식당이라기보단 하나의 중소기업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직원분들 얼굴이 있어 아래 부분은 잘랐다. 무려 30년 동안 일하신 직원분들이 계신데, 아무리 유명한 식당이라도 이런 경우는 드물 것 같다. 거기다 식당 사장이 아니라 직원들의 얼굴을 자랑스럽게 붙여둔 식당은 더 드물 것이다.

감동도 잠시 메뉴판을 보니 잠시 멈칫하게 된다. 가장 저렴한 메뉴인 양지 설렁탕이 15,000원이다. 역시 "옥"자가 들어가는 식당은 대부분 비싼 것 같다. 하지만 재료가 전부 국내산 1등급인 것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과연 맛을 어떨지..

갈아넣어야 하는 통후추가 있는 것은 처음 본다.
밑반찬은 배추김치와 깍두기다. 깔끔하고 신선한 맛이다.

드디어 나온 설렁탕, 맑은 설렁탕이며 뿌옇거나 걸쭉하지 않다. 국물맛은 깔끔과 단백함, 고소함 그 자체이다. 15,000원 가치가 충분히 있는 맛이다. 뭔가 화학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듯한 맛인데, 한 3일 연속으로 저녁마다 먹어도 안 질릴 것 같은 깔끔함이다. 내 미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 고기가 정말 맛있었다. 보통 다른 집 설렁탕에서는 뭔가 텁텁하거나 쿰쿰한 맛이 날 수도 있는데 확실히 좋은 고기를 썼다는 느낌이 든다. 진짜 부드럽다.

사리를 추가해서 먹었다. 면은 당면이 아닌 밀가루 소면.

사람은 참 간사하다. 조금 말을 세게 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 혹은 권위자라는 사실을 알면 상대방이 새롭게 보이게 된다. 말을 세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카리스마를 가진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가게가 그랬다. 무심코 들어갔는데 주인 아저씨가 버럭 소리치며 손소독부터 하라고 하셨다. 살짝 쫄았는데, 설렁탕 국물을 두 숟가락 정도 먹으니 주인 아저씨가 불친절하기는 커녕 멋있어보였다. 뭔가.. 설렁탕 맛에 자존심과 자신감을 동시에 거신 분 같았다.

물론 내가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다. 설렁탕 아주 맛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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