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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식물학

(독후감) [서울 사는 나무], 장세이, 목수책방,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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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나무

서울을 더듬다, 서울의 나무를 보듬다, 서울에 사는 나를 가다듬다이 책은 서울에서 살아가는 나무 이야기다. 제호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서울’은 ‘나무’와 함께 책의 큰 축이다. 서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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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숲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물론 생각만 하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이전에는 숲을 그냥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었지만, 생각할수록 숲은 너무나 중요한 공간이다. 인류가 직면한 환경문제 그 중에서도 도시의 질 나쁜 환경으로 인해 개인에게 생기는 질병의 문제를 생각해봤을 때 숲처럼 편안하고 깨끗한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숲이 인류가 살아가는 데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곳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숲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사람들이 가까이 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또, 숲이 물리적으로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숲을 대하는 방식, 즉 숲을 이루고 있는 흙과 생물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책이나 다른 매체들이 풍부해야 한다.

아무튼, 나는 이 책이 그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은 작가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만난 나무들을 공부하고, 관찰하고, 감상한 내용들을 담은 책이다. 도서관에 보면 나무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나 역사적, 생물학적, 민속학적 이야기를 하는 책들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나무에 대한 수필" 같은 느낌이다. 작가가 숲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열심히 하신 흔적이 역력해서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책 내용은 다소 무난해서 술술 읽힌다. 또한 편집디자인이 굉장히 감각적으로 잘 되어 있어서, 나중에 내가 책을 만들 때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도 잘 찍으신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조금 비뚤어진 인간인 건지, 나는 보통 이런 책을 읽으면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 조금 들긴 했다. "아, 이 나무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구나. 오호~" 라는 느낌은 들지만, 그 이상으로 이 책을 통해 깊은 통찰을 얻지는 못했다. "아, 이 작가님은 이런 추억이 있으시구나." 까지가 전부였다. 아마도 나의 독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덧붙여, 이 작가는 스스로를 "부산대학교 사범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라고 소개하는 약간의.. 뭐랄까. 난 솔직히 "이 문장은 조금 오만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았겠지만 책 359p에는 이렇게 써져 있다. "허나 곳곳에는 한낮에 잠든 노숙자나 초점 잃은 눈빛의 노인뿐이다. 묘기를 부릴 만큼 기운찬 사람은 없어 뵌다." 라고 말이다. 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하얀 대낮에 일도 안하고 잠이나 자는 노숙자들과 생기를 잃은 노인들만 가득하더라.' 라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노숙하시는 분들이나 노인분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 내용이다. 이런 것을 대상화라고 하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다보면 너무 감상이 장황하다고 해야 하나.. 화려한 건지 정교한 건지 헷갈리는 다양한 수식어와 긴 문장으로 나무에 대한 감상을 표현해두었는데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뭐, 단지 그것뿐이다.

 

반복되는 나날을 보다 현명하고 풍요롭게 사는 것,

순간이 곧 일생임을 나무는 말없이 가르친다.

2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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