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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식물학

(독후감) [전략가, 잡초] (이나가키 히데히로, 김소영 역, 더숲,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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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ooks.google.co.kr/books/about/%EC%A0%84%EB%9E%B5%EA%B0%80_%EC%9E%A1%EC%B4%88.html?id=BWQ4EAAAQBAJ&source=kp_book_description&redir_esc=y

 

전략가, 잡초

식물학자. 시즈오카대학교 농학부 교수. 1968년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나 오카야마대학교 대학원 농학 연구과에서 잡초생태학을 전공하고 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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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에 보도 위에 자라난 잡초들을 보면 가끔 신기할 때가 있다. 누가 씨를 뿌리고 물을 준 것도 아닌데 하루가 다르게 무성하게 자라났다가, 어느 순간 보면 누가 다 뽑아갔는지 사라지고, 또 다른 잡초가 자라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풀들의 생존전략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길가에 핀 잡초를 보면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일반인들이 읽어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좋았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라고???>
사람들은 잡초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고,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같은 수식어를 붙여 부르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잡초의 생존전략과 맞지 않다. 잡초는 극한의 실용성을 추구한다. 밟힌 다음 다시 일어나는데 힘을 낭비하지 않고, 이왕 밟힌 거 최대한 빨리 씨를 퍼트리는 전략을 취한다. 잡초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바로 번식이기 때문이다.

2. <잡초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잡초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에서는 그냥 잡초가 가득한 공터를 그대로 두면 잡초는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말한다. 왜냐? 잡초가 가득한 공터를 그대로 두면 주변에서 나무의 씨앗들이 날아와 싹을 틔울 것이기 때문이다. 잡초는 나무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 나무가 자라나 햇빛을 가리면 잡초들은 자라날 수가 없다.
잡초는 생태적으로 교란이 잦은 곳에서 번성한다. 또, 잡초는 황무지 같은 곳에서 가장 잘 번성한다. 그리고, 자연생태를 가장 잘 교란시키고, 황무지를 가장 잘 만들어내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숲을 베어서 도로를 만들고, 초원을 밭이나 논으로 만든 뒤 매년 일구고..)
깊은 숲에서는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풀들이 별로 없다. 그냥 잡초들을 아주 오랫동안 내버려두면 자연스레 나무들에 밀려 그 숫자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숲을 없애고 생태계를 교란함으로써 잡초를 지구상에 번성하게 한 것은 바로 인간이다.

3.<잡초의 생존전략, only one과 best one>
잡초는 억척스러운 환경을 극복하고 번성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 눈에 억척스러워보이는 환경이지만, 그 잡초는 사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을 찾은 것 뿐이다. 나무들과 경쟁하여 이길 수는 없지만, 반대로 나무가 자라기에는 너무 척박한 환경을 찾아 그 곳에서 best one이 된다.
이는 인생살이에도 교훈을 던져준다. 이미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분야에 가서 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유별나게 잘하는 분야를 찾은 뒤,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보자. 자신이 공부도 못하고, 사회성도 부족하다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전략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좀 못하고, 사회성이 좀 부족한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 다른 사람들은 전혀 관심 없지만 자기 자신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그런 분야를 찾아 잡초처럼 성공하면 되는 것이다.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써 겪었던 사건들에 대해 책을 쓰거나 만화를 그릴 수도 있을 것이고, 혼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 출판업계에서 나온 책 중, 식물을 주제로 한 책은 크게 세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생물학적 관점이나 생태학적 관점에서 소개하는 책
둘째,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소개하는 책
셋째,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

그러나, 식물에 대한 생물학적, 생태학적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식물과 관련된 역사적, 문화적, 또는 교훈적 사실만 피상적으로 전달하는 책은 정말 재미도 없고 읽어봤자 시간만 낭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소개하고자 하는 잡초 그 자체가 가진 생물학적, 생태학적 특성에 대해 탄탄하게 이해한 상태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잡초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잡초를 둘러싼 다양한 학문적 맥락이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이런 책이 많이 출간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짐으로써, 자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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