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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식물학

(독후감)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 (고정희, 나무도시,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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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 - YES24

식물도감에서 접할 수 없는 식물 문화 이야기. 인류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신화와 예술 작품, 이를 테면 그리스 신화와 셰익스피어의 희곡, 삼국유사와 심청전, 보티첼리와 푸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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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일에서 조경을 전공한 고정희 박사가 저술한 책이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다. 처음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을 때는 책 제목이 평범해서, 내용도 평범할 것 같았다. 인문학으로 식물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수많은 책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 책은 내가 읽었던 식물 관련 교양서적 중 굉장히 수준이 높은 축에 속한다. 튤립을 예로 들어보자. 튤립을 가지고 글을 쓰려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튤립이라는 개별 식물의 특성과 튤립과 관련된 각종 인문학적 사실들을 정리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튤립을 역사적, 민속학적, 사회적, 지리학적, 생태학적, 조경학적 맥락에서 다각도로 분석한 뒤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튤립이 던지는 시사점을 전달하는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그리고 그 분석의 근거가 되는 다양한 자료들은 동서양을 아우르고 있다. 기독교 성경부터 우리나라의 바리데기 신화까지 이르고 있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삼국유사에 이르고 있다. 저자의 노력과 풍부한 지식에 감탄하며 책을 읽었다. 저자는 한국 민속에 대한 이해도 풍부하신 것 같다. 도깨비, 서천꽃밭, 심청전, 바리데기 신화, 나무도령 이야기 등 민속과 관련된 풍부한 주제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좋은 생태해설가는 어떤 지식과 능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가장 중요한 첫번째는 자연에 대한 감수성이다. 편안함, 경이로움, 아름다움 등등.. 숲에서 감성적인 무언가를 진심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숲에 자주 가서 편안히 숲을 느끼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개별 생물들의 특성에 대한 지식이다. 소나무, 자작나무, 개암나무, 청설모, 참새, 개구리 등등.. 개별 생물들이 각각 어떠한 특성과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많이 알고 있을수록 좋다. 자연 속 생물들을 관찰하고 도감을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셋째, 생태학적 지식이다. 개별 생물들의 특성에서 더 나아가, 각각의 생물들이 서로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떻게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생태학 관련 서적을 읽고 자연을 관찰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네번째는 다학제적 관점에서 생물과 생태계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은 바로 이 책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역사, 민속, 사회, 지리, 조경 등등 다양한 학문의 맥락에서 식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이 책처럼 식물을 다학제적으로 바라보는 책이 있다면 열심히 읽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는 이야기 능력이다. 즉,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하여 편안하게 잘 이야기하는 능력이다. 수필, 산문, 시 등 다양한 문학 서적을 읽고, 이야기를 재밌게 잘 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며 공부를 하고, 스스로 이야기를 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빌린 뒤 이틀동안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읽었다. 이 책은 내용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어떤 관점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던져준다.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해설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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