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 사람과나무사이,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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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식물이 인간 사회의 역사를 바꾼 사건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식물이 인간의 역사를 바꾼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이 식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변화하면서 인간 세계에 재앙이 닥치기도 하고, 축복이 찾아오기도 하는 일이 여러 번 일어났던 것이다. 물론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동물도 있고, 13가지 약도 있고, 13가지 발명품도 있고, 13가지 위인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식으로 세계사를 바라보는지에 따라 이 책의 시리즈는 수 백권까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식물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식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 책은 그러한 부분에 관한 나의 갈증을 조금 채워주었다. 이 책을 쓴 일본 교수가 농업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근거에 대한 설명도 충실한 편인 것 같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후추와 사탕수수, 그리고 차에 대한 내용이었다. 후추는 인도 남부가 원산지인 식물인데, 이 지방은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기생충과 세균이 쉽게 번식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후추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종의 살균성분을 가지게 되었는데, 후추의 향과 맛은 바로 이 성분으로 인한 것이다.

 

 식물의 의도(?)와는 달리 인간은 후추를 고기를 오래 저장하고 음식의 맛을 돋는 향신료로 사용하였는데, 문제는 이 후추가 아랍 상인들에 의해 유럽에 퍼져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후추가 향신료 뿐만 아니라 귀족들의 사치제 역할까지 하게 되면서 가격이 급격히 높아졌고, 후추에 대한 유럽인들의 욕망은 커져갔다.

 

 동쪽의 아랍상인을 거치지 않고 인도에서 후추를 직수입하기 위해, 유럽인들은 직통항로를 찾아 바다를 탐험하기 시작했고, 우리가 알고 있듯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 세운 국가들이 유럽의 침략자들에 의해 멸망하였고, 수천만명이 살육되거나 노예가 되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당연히 후추를 찾지 못했고, 그 대신 후추와 비슷해보이는 고추를 대신 유럽에 가져왔다. 이 고추는 다시 지구를 돌아 우리나라의 식문화를 엄청나게 바꿔놓았다. 한편, 유럽인들은 사탕수수를 아메리카 대륙에서 재배하기 시작하였고,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또 다시 수백만명의 노예를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들여와 노예로 만들었다. 끔찍한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왜 사탕수수에 대한 인기가 유럽에서 높아졌을까? 그 원인은 중국에서 전파된 차 때문이었다. 동양인들과는 달리, 유럽인들은 차에 설탕을 넣어 먹는 것을 좋아했는데, 설탕을 넣은 차가 일종의 기호식품이 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서쪽의 아메리카 대륙에서 노예를 통해 사탕수수를 재배하여 설탕은 공급은 쉽게 늘릴 수 있었으나, 차는 중국에서 수입해야 했다.

 

 차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 적자가 커지자, 영국에서는 인도산 아편을 중국으로 수출하여 손해를 메꾸는 이상한 해결책(?)을 찾았고, 이에 반발한 중국이 아편전쟁을 일으켰다가 오히려 영국에게 패배하여 점차 열강들의 먹잇감이 되는 길이 열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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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이 인간의 역사를 바꾸었는가?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이 그저 식물을 통해 욕망을 채우려다 스스로 재앙을 초래하기도 하고, 행복을 얻기도 하는 일이 여러번 일어났을 뿐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특정한 식물 종은 인간을 통해 전 세계에서 번성하게 되었다. 씨앗이 여물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아 번식력이 크게 떨어지는 돌연변이 식물이 오히려 인간이 농사를 짓기에는 더 없이 좋은 품종이 되어 전 세계로 퍼진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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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마치 꽃의 수분을 도와주는 곤충들처럼, 식물의 번식을 도와주며 이용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