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509676
이 책을 쓰신 김외정 교수님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림서에 산림경영 과정을 연수하고 미국 아이다호대학 산림과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하여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일하시다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분이다. 이 이력만 봐도 이 분을 숲 전문가라고 충분히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이름에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처럼, 숲에 대해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책이다. 보통 숲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 크게 세 가지 분야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임업경영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거나, 인문학적인 내용이거나, 숲치유, 테라피, 대체의학 등 건강에 관한 책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세가지 영역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즉, 숲의 생태학적 측면과 실용적인 측면, 인문학적인 내용까지 모두 다루고 있다. 실증적인 데이터까지 충실히 제시하면서 숲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인상깊었던 것은 피톤치드에 대한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이었다. 피톤치드는 피톤과 치드(cide), 즉 식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뿜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피톤치드의 효과가 100% 실증적으로 분석되거나 이를 질병예방이 아닌 질병치료에까지 사용하는 것은 미래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피톤치드의 효과가 온천요양의 효과와 유사하므로 운동생리학, 의학, 정신보건학 등 다양한 영역과의 협업이 있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리스 토킨이라는 사람이 처음 피톤치드의 효과를 증명했다는데, 어떤 책들이 마치 피톤치드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에 비해서 이 책은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피톤치드는 의학에서 보면 일종의 항생물질, 생리활성 물질이며 나무들이 표적 세균을 박멸시키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다. 이 물질이 인간의 긴장을 완하하고, 혈압을 낮추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우리가 알지못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수많은 피톤치드 중 어떤 부류가 인체에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았다. 피톤치드는 의약품이 아니다.
인간의 진화과정은 99.9% 이상이 숲에서 진행되었다. 그런 인간에게는 도시라는 공간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인간은 사냥 중 맹수를 만날 경우 전투태세를 갖추기 위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특정한 신체반응을 갖게 되었다. 사냥 중 상처가 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를 끈적끈적하게 유지하고, 혈당 공급을 늘리고 혈류를 억제하여 근육의 순발력을 늘리려고 하였다. 따라서 낮에는 생명보존과 사냥에 유리하도록 저체온, 저산소, 고혈당 상태를 유지하고 저녁에 휴식을 취하며 정상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5,000,000년 동안 자연에 맞춰져 있던 인간이 불과 200년도 안되는 도시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과장을 조금 섞어 도시 속의 인간은 사냥 중 맹수를 마주하여 긴장하게 되는 상태와 유사한 상황을 만성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상황에서는 면역체계를 가동시키는 것보다 그 에너지를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데 사용하여 도망치거나 싸우는 것이 유리하므로, 긴장상태에서는 면역체계도 약화된다. 이 상태가 만성이 되면 암이 발병하거나, 당뇨, 고혈압 등의 질병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도시생활은 사람들이 밀집한 환경, 시끄러운 소음, 직장생활에서의 끊임 없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스트레스를 찾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스트레스 상황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인간을 병들게 한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증명되었으므로 그 반대의 공간을 찾아 균형을 찾아야 한다. 조용하고,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지도 않으며,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공간, 공부와 직장생활로부터 완전히 떠나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가장 적절한 곳 중 하나가 숲이라는 것이다.
조금만 구성을 바꾸고 내용을 보충해서 두껍게 만들면 산림학 개론서로도 쓰일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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