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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자연해설

(독후감) [나무 철학] (강판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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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철학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다!”새보다 높은 곳에서 삶과 직면하고물보다 깊은 곳에서 삶을 모색하며예수나 공자보다 먼저 태어나 여전히 사색에 잠겨 있다나무 인문학자 강판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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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나무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이 분야에 책들은 크게 3개 분야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이다. 그 분류는 아래와 같다.

1) 나무 그 자체에 집중하는 나무도감 같은 책
2) 나무를 포함한 전체 생태계에 대해 집중하는 책
3)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에 집중하는 책

  그 중에 이 책은 3번,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에 집중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용은 아주 좋다. 좋은 것을 넘어서서 어떻게 나무를 관찰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뿐만 아니라, 이 분이 이야기하는 내용들 중에는 내 삶에 교훈으로 삼을 만한 것이 참 많았다.
  나무는 힘든 상황일수록 나이테가 좁게 만들어진다. 즉, 1년에 조금밖에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나무들은 좋은 환경에서 웃자란 나무들보다 훨씬 목질이 치밀하고 단단하다. 따라서 쉽게 부러지지 않고 오래 살아남는다. 또,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못생기게 자란 나무들일수록 목재로써 가치가 떨어져 벌목되지 않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무의 이야기를 인간의 이야기로 번역해 들려주는 책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의 목적을 뚜렷하게 하고, 치열하게 이 순간 순간에 집중하며, 내가 직장에서 하는 일을 "내 일" 이라고 생각하며 책임감있게 살아가서 결국 내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숲해설가나 자연환경해설사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숲해설이나 자연환경해설도 숲의 이야기를 인간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대략 세 가지가 있다.

1) 너무 당연한 듯한 교훈을, 굳이 나무에 비유하여 전달한다는 느낌이다.
"자기를 성찰하며 살아야 잘 살 수 있다." 라는 조금은 당연한 듯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굳이 나무에서 성찰과 비슷한 키워드를 억지로 찾아내어 끼워맞추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을 굳이 나무에 빗대어 하기 위해서 논리적인 비약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았다.

2) 인용되는 자료가 대부분 논어,소학,장자 등의 동양 고전이며, 풍습과 관련된 내용에서는 근거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주로 논어,소학,장자 등의 동양 고전을 인용하기 때문에 사실 인용의 측면에서는 한 쪽에 치우쳤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동양 고전에서 인용한 문장들은 그 책을 쓴 사람들의 주장인데, 이 주장은 일단 맞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이 책들의 주장을 다시 근거로 내세우며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논증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즉, 근거가 뚜렷하지 않고, 동양고전은 일단 진리이며 맞는 말이라는 것을 바닥에 깔고 들어간다.
또, 밤의 씨앗은 밤 알맹이와 오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제삿상에는 밤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냥 들은 이야기인가? 또, 한자의 의미를 풀이하는 경우도 많은데, 굉장히 단정적으로 "이 한자는 이런 의미다." 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아서 글 읽는데 불편했다.

3) 나무에 대한 편견이 지워지지 않은 문장이 종종 보인다.
"소나무는 주변 생물들이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지만, 갈잎나무들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의 문장이 등장하는데, 사실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모든 나무는 소중하다" 이기 때문에 조금 모순인 것 같다. 이 책의 이야기대로라면, 소나무가 그런 이유가 반드시 있을 텐데, 그런 이유에 대해서는 깊게 설명하지 않는다. 이 부분만 보면 충분히 소나무는 나쁜 나무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저자는 나무로 인해서 삶의 용기를 얻고, 경제적인 자유를 얻었으며, 행복을 얻었다고 한다. 또, 숲으로 가서 모든 스트레스와 불안을 날려버리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모두가 숲에서 직장을 잡으면 행복해질까? 숲에 가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면 삶의 문제가 다 해결될까? 숲이 현대사회가 가진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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