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공학이 필요한 시간] (이인식 외 19명, 2019)

 

공학이 필요한 시간

나는 보통 내 인생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러나 종종 책을 읽어봐도 길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특히 내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책을 읽을 때 그런 경우를 많이 겪게 된다. 그 책의 내용을 비판하고 나만의 판단을 하기 위한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책에 대한 책"인 것 같다. 바로 이 책처럼 한 가지 분야에 대한 여러가지 책의 서평을 모아놓은 그런 책 말이다. 대부분 나보다 해당 분야의 지식이 해박한 사람들이,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책들에 대한 평가를 대신 내려주므로, 해당 분야에 입문하는 단계에서는 꽤나 큰 도움이 된다.

아무튼, 결론은 이 책이 그런 부류의 책이라는 것이다. 공학에 대한 책들에 대한 책, 공학에 대한 책을 처음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지도가 되어주는 책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기술" 이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은 꽤나 다른 분야라고 한다. 과학은 이 세상에 왜 이렇게 굴러가는지에 대한 학문이고, 기술 즉 공학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둘 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분야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엄연히 과학과 기술은 별개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당장 기술로 구현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영역이 과학 탐구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이라는 용어는 기술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실용적인 과학만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지극히 한국스러운 용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이제 어딜 가나 4차 산업을 이야기하고, 누구나 인공지능을 막연히 두려워 한다. 안 그래도 일자리가 줄어드는 판국에 기계와의 경쟁에서도 이겨내야 하다니 암울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스스로 자식을 낳는 자기 복제 인공지능 로봇이 생겨나게 된다면 지구를 지배하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로보 사피엔스, 즉 생식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들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인간의 합리성은 언제나 부정적인 미래를 최대한 가정하고 그러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기 위해 발전해왔다. 그렇기에 이렇게 미래사회에 대한 한 층 높은 시각을 보여주는 이런 책들이 대중적으로 읽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가 디스토피아가 될지 유토피아가 될지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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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바로 나의 전공 때문이다. "문과"의 길을 열심히(?!) 걸어온 나에게 인공지능이니, 딥러닝이니, 블록체인이니, VR이니 하는 이야기가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내가 부담스럽건 말건 그런 최신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물론 살아남기야 하겠으나 뒤처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장 사회복지 분야를 보자면, 전통적인 사회복지 조직에서 단순한 전달체계의 역할을 수행하는 인력들은 (이 책에 따르면) 인공지능에 등장에 의해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들이다. 단순한 일들은 가장 먼저 인공지능에 의해 도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고민이 끝이 없다. 이 책은 나와 같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문외한들이 최신 과학 기술(?!) 분야에 발을 들이기 전에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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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이 소개하는 것처럼 기계가 인류를 지배하는 매트릭스의 한 장면과 같은 디스토피아일까? 아니면 기계의 도움으로 사회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되고 인간과 기계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유토피아일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