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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사회복지

(독후감) [왜 학교는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가] (황주환, 갈라파고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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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가

질문하라, 비판하라, 저항하라!경북의 한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 황주환은 어떻게 학교가 학생들에게 억압과 굴종의 공간이 되어버렸는지 그 이유를 추적해간다. 학생들은 자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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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종종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평범한 직장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까? 아니면 이 사회에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하고 공부해야할까? 혹은 둘 다 해야할까?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직장"에는 교사나 공무원이 포함된다.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의식보다는 그저 시키는 일만 잘 하면 되며, 창의력이나 예술성은 거의 필요하지 않는 직업 말이다. 

나는 한국사회를 더 살기 좋은 사회, 약자도 살만 한 사회, 재밌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보태고 싶다. 반면, 나는 그냥 남들이 시키는 일만 하고 풍족하게 돈을 벌면서 놀고 먹고 싶은 지극히 게으르고 이기적인 욕구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욕구를 적절히 조화시키며 삶의 원동력으로 삼으며 살려고 하고 있다. 물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그 직업을 가지고 싶고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편협한 시각이었다. 나는 교사에게는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필요 없고, 그저 시키는 대로 아이들을 줄 세우기만 잘 하고, 교장 눈치를 잘 보면서 승진할 궁리만 하고, 아이들의 창의력을 목 졸라 말살시키는 암기식 교육만 주구장창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있으나 마나이고, 오히려 없는 게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교사말이다. 아이들이 말을 안들으면 그냥 패버리면 그만이고, 누가 왕따를 당하고 폭력을 당하건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해서 자기 승진에 피해가 되지만 않으면 되는 그런 교사가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만 하고서 유급휴가급인 방학도 마음껏 즐기고 퇴직해서는 죽을 때까지 나오는 연금을 받으며 살면 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생각이 많이 변했다. 우선, 교사에게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필요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말이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한 직업이 교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국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속에서 교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학생들의 비판능력과 문제의식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만 읽고는 올바로 판단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 책의 저자이신 황주환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다면, 선생님이란 참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본의 권력에 굴종하여 약자를 착취하고 이용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방관하는 교사, 시키는 것만 잘하면 되고 교과서의 내용에 문제의식을 가질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외워서 성공하라고 말하는 교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교사라는 역할에 아주 충실하며 성실한 인간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교사가 가장 위험한 교사이다. 아니,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될 교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비판서라기 보다는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서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읽으면서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음식을 잔뜩 먹고 체했을 때 추천한다.

<인상 깊었던 문장들>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 오직 입시문제만 있을 뿐이다."
"(교과서는) 독립운동가를 토벌하고 고문하던 수많은 친일부역 세력들이 해방 후 한국사회 곳곳에 주류로 변신하는 과정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한국사회는 자본과 권력을 가진 소수가 현실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과두체제로 접어든 지 오래인데, 이것이 낯설지 않은 것은 학교에서 그것을 이미 선행학습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슬픈 일이지만 그냥 하늘로부터 받은 인간권리는 하나도 없었따. 세상은 언제나 갈등과 타협의 과정이었듯, 인간권리가 배려로 주어진 경우를 나는 알지 못한다."
"가만있지 않는다고 소리치는 그(교장)는 술주정뱅이에 불과한데, 내가 술주정뱅이에게 충직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일한 만큼 공정한 대가, 즉 노동임금을 정직하게 주는 사회를 만들지 않고는 지금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력과 학벌이 아니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 자기가 힘든 것은 학생 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결과인데 누구를 탓하겠느냐며, 정작 지금 자신의 노동조건과 권리를 주장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국가는 지배계급의 대리자이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교육을 지배한다'는 마르크스의 통찰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반증하는 사례이지 않겠는가."
"노동자 권리를 학습하지 못한 대중이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출하니까 그 정치인이 학교 교육과정에 노동교육을 모두 없애고, 자본의 논리만 집어넣었고 다시 학생이 자본의 논리로 무장한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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