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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사회복지

(독후감)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 (가노코 히로후미 저, 이정환 역, 푸른숲,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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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 - YES24

“나는 늙으면 누구와, 어디에서, 어떻게 살게 될까?” 후쿠오카에는 요양원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요양원이 있다마치 유토피아 같은 일상이 펼쳐지는 ‘요리아이’는 보증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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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하나 해보자.

 

노인요양기관은 "노인을 위해 돈을 끌어모으는" 곳인가? 아니면 "돈을 위해 노인을 끌어들이는" 곳인가? 즉, 요양기관의 시작점이 사람인지 아니면 돈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한 명의 노인이 돌봄 서비스를 통해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요양기관을 만들고, 종사자들을 모으고, 수익을 창출하여 이용자들에게 종사자들에게 재투자하는 것이 목적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그곳에 값어치가 매겨진 노인들을 채워넣어 기관 설립자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는 것이 목적인가?

 

이러한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한국의 장기요양기관이 몇 군데나 될까? 여기서 한가지 불편한 질문을 더 해보자. 요양기관을 이용하는 어르신이 본인이 살아온 방식에서 최대한 멀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인가? 아니면 최대한 그 분이 살아온 방식 및 사회와 격리시켜 종사자들이 최대한 편하게 관리하는 것이 목적인가?

 

이 책은 일본의 혁신적인 요양기관 사례라고 불리는, "요리아이 노인홈"을 취재하여 잡지를 만든 한 편집자의 이야기이다. 요리아이 노인홈 그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작가가 어떻게 이 특별한 장소를 알게되어 잡지를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중간 중간 이 노인홈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이 노인홈은 어르신들과 함께 카페를 운영한다. 이 카페에는 주민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다. 지역사회와 이렇게 잘 연결된 노인홈이라니 신기하지 않은가? 아니, 오히려 지역사회와 노인홈이 연결되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졌던 우리가 비정상이었던 것은 아닐까?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옮겨 놓고, 생각날 때마다 읽어야겠다. 어르신들과의 잡담이 넘쳐나는, 유쾌하면서도 기묘한, 재밌는 잡지와 소식지를 펴내는, 그런 요양센터가 있으면 참 좋겠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돌봄에도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돌봄의 시작은 어르신에 대한, 아니 우리 모두의 미래에 대한 공경과 예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에 대하여>

-치매에 걸린 사람을 거치적거리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회는, 언젠가 치매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거치적거리는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직원이 노인에게 약물을 투여하여 얌전하게 만들면, 그 직원도 언젠가 약물에 의해 자기 자신을 잃고 얌전히 살아갈 것이다.

-당신이 노인을 쓸모 없게 대한다면, 당신도 언젠가는 쓸모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게 될 것이다.  

-"맡긴다니? 노인은 맡기는 대상이 아니야. 당신들, 노인을 그렇게 취급하지마."

 

<요양시설에 대하여>

-"누구나 늙어서도 자신의 집에서 살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자식에게 의지하고 싶으신 분은 얼마나 되십니까?"

-"우리가 만들고 싶은 요양시설은, 요양시설에 들어가지 않고도 일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요양시설인 것입니다."

-낯선 사람들밖에 없는, 낯선 장소에, 이유도 모른 채, 데이케어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끌려오고도 기분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치매 노인을 시설에 가두어 눈에 안 띄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려 한다. 그렇게 해서 노인 간병 문제를 일상 세계로 끌어내려 노력한다.

-(요레요레 잡지는) 요양시설을 전면적으로 다루는 잡지이지만, 간병 기사는 싣지 않는다. 간병 노하우는 싣지 않는다. 요리아이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재미있는 이야기만 실을 것이다.

 

<일하는 자세에 대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요리아이 그룹홈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고 감탄하며 열정적으로 뛰어들었다가, 이내 실망하고 떠나버린 사람들에게) 멋진 유토피아를 찾으려 애를 써도 의미가 없다.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고, 당신의 머릿속에만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아름답게 느껴진다.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곳만 바라보아서는 이 세상에 대해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무슨 일이건 혼자 하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함께 하면 가능하다. 함께 하면 즐거워진다.

-지위나 명성, 돈을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다.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걸 내가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것 뿐이다. 그러한 단순함이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요리아이가 얼마나 훌륭하게 간병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라세라는 남성이 정열과 긍지를 가지고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지, 나아가 가족과 관계자들이 어떤 식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지.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지으면 어떡해여. 기운을 내야지요. 당신이 그렇게 풀이 죽어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맥이 빠지잖아요. 이럴 때야말로 억지로라도 웃어야 해요.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당신을 믿고 따를 거에요. 모두 당신을 좋아하잖아요.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활기 있게 큰 소리로 웃어보아요."

-"전혀 한눈을 팔지 않고 무엇인가에 열중하는 것, 그 결과 주류에서 밀려나 버린 사람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이 이뤄야 할 예술의 기본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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