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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사회복지

<일상생활기술학교>, 김별&김민지&강민, 푸른복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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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덕연 선생님이 쓰신 <복지요결>이 제시한 사회사업의 철학과 이상에 기반하여 실제로 <일상생활기술학교> 라는 사회사업을 진행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이런 사업에 참여해서 책을 남기는 것인데,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복지요결>은 무료로 배포되고 있으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상생활기술학교란 아이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집안일들을 지역사회의 어른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배우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이 배우기 싫다는데 억지로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먼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물어본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부침개 부치기, 라면 끓이기, 손빨래하기, 뜨개질로 수세미 만들기 같은 것들을 배웠는데,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회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다.
  그런데, 부침개 부치고 라면 끓이고, 빨래하는 일은 그냥 집에서 시키면 되는 것이지. 굳이 아이들이 잘 모르는 노인들에게 찾아가서 배울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그런 것 몰라도 되지 않나? 이 책은 "아니다." 라고 대답한다. 솔직히, 그런 기술들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배울 수 있고, 부모님한테 배워도 된다. 애들은 몰라도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주변의 노인들에게 삶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가고, 인사하고, 부탁하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기술을 배운 아이들은 노인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자신이 배운 기술을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는 "저번에 부침개 만드는 것 알려주신 분" 이 생기고, 노인은 그 시간만큼은 "선생님"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관계가 쌓여가면서 활기찬 마을, 사람 냄새 나는 마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청소, 빨래, 요리 등 집안일과 관련된 기술들은 유튜브에 3초만 투자해도 다 알 수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관의 사회사업의 핵심 주제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기술 배우기를 매개로 하여, 자연스러운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만들고, 옆에서 거들고, 촉진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노인들은 단순히 기술만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다. 노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고, 자신이 어렸을 때는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했으며, 어떤 추억들이 있는지를 말해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사회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도구적으로 이용되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즉, 사회복지사의 욕심, 사회복지관의 욕심, 어른들의 욕심이 우선이 되어서는 안된다. 아이들은 본인의 의지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 삶에 유용한 기술들을 아이들이 즐겁게, 본인들이 주도적으로 배워나가는 것이 우선순위의 가장 위에 있어야 한다.

  부모가 집안일을 함께 하자고 할 때마다 "그걸 내가 왜 해?" 라고 말하던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어, 나 그거 잘해! 내가 할래!"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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