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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사회복지

<나가 놀자!>, 강경희, 강민지, 푸른복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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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회가 "놀이가 없는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놀이가 없는 사회? 놀이가 없긴, 번화가에 가면 보드게임 카페도 있고, 피시방도 있고 놀 것이 얼마나 많은가? 쇼핑도 하나의 놀이라고 하니까, 즐비한 쇼핑몰들을 "쇼핑의 놀이터"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내 생각에, 한국사회는 놀이가 없는 사회가 아니다. 놀이가 오히려 넘쳐나고 있다. 어린이들이 친구들과 뛰어 놀 시간에 학원을 보내는 대신, 게임 실컷 하라고 스마트폰을 쥐어주지 않았나? 또, 학원이 밀집한 지역에는 피시방도 즐비하게 들어서지 않았는가? 골목에서 친구들과 하루종일 뛰어노는 그런 '놀이'들은 사라졌지만, 대신 새로운 놀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 즉 가치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면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는다.
  짧은 소견이지만, 학교 끝나고 어린이들이 친구들과 뛰어 놀기는 커녕, 이 학원 저 학원을 옮겨 다니다 하루가 끝나버리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는 없다. "폭력적인 사회"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신나는 놀이가 박탈된 사회에서, 아이들이 만들어 낸 것이 "왕따 놀이"라는 것이 어느 학자의 분석이었다. 내가 보기에, 린이들이 언제든지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신나게, 흠뻑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많은 사회가 훨씬 건강한 사회다. 그리고 나는 건강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

  이 책은 관악구에 있는 '선의관악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습생들과 아이들이 "신나게 놀자!" 라는 매우 단순하고도 중요한 목표를 가지고 진행한 사회사업을 기록한 것이다. 그들이 진행한 단기사회사업은 1박 2일 동안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야영을 하며 영화보고, 요리하고, 게임하고, 장기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실습생들의 역할이 최대한 아이들이 스스로 주인이 될 수 있게 옆에서 보조하고, 거들어주는 역할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실습생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이 무엇을 하며 놀 것이고, 어떻게 친구들을 모을 것이며,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 결정했다. 그럼 그 시간에 실습생들은 뭘 하는 것인가? 보조하는 것과 방치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실습생들도 아이들과 함께 회의에 참여해서 의견을 내고, 아이들이 좀 더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실습생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기록을 모아 책을 출판한 것이다.
  아이들이 잘 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키즈카페에 보내주거나, 패키지 여행을 보내주거나, 무슨 무슨 캠프에 보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정해진 틀에 아이들이 소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와 반면에,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의 놀이를 기획하고 아이들을 모아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렇게 스스로 주인이 되는 활동을 하는 경험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러한 활동에서 복지관이 중심적인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이 아닌 다른 주민들에게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사회적 자본이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점차 형성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곧 사회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단순하지만, 또 아주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대체 무엇이 더 '나은' 것인가? 나아지는게 아니라 나빠지는 것 아닌가? 와 같은 여러가지 고민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좀 더 재밌게 살아갈 수 있고, 또 그들이 성인이 되고 노인이 되어서도 재밌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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