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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사회복지

(독후감) <복지국가론> 김태성, 성경륭, 나남,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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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학 개론서 시리즈 중 가장 두꺼운 책이다. 내가 베고 잤던 책 중에 가장 목이 덜 아픈 적절한 높이를 갖춘 책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내용은 매우 알차다. 잠깐 '사회복지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사회복지학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애초에 내가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불행감' 이라는 감정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으며, 이러한 '불행감'을 학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동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동기가 옳고 그른가에 대한 언급은 차치하고, 지금 깨달은 것은 ① '개인적 불행'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불행'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가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데에는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② 단지 불행감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제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조금 독후감의 논지에서 벗어나긴 하지만, ③불행의 원인을 탐구하는 것보다는 개선 방안을 직접 행동에 옮기고, 나의 불행함보다는 장점과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의 앞 부분에서는 크게 세가지 개념을 다룬다. 즉 <국가>, <복지> 그리고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이다. 문외한이었던 나에게는 매우 새로운 내용이었으나 정말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학 개론서 중에 가장 재미있는 책인 것 같다. 아무튼, 개념설명 이후에는 복지국가의 발전에 관한 이론들과 논쟁을 다룬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제성장과 복지제도의 관계이다. 이 주제는 복잡하고 치열한 논쟁거리이다. 복지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가? 아니면 좋은 영향을 주는가? 아니면 복지와 경제의 관계는 그리 크지 않고 단지 이념적인 문제인 것일까? 아무튼, 이러한 논쟁의 결과를 어느 정도 정리한 뒤, 한국이 과연 복지국가인지, 어떤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는지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에 대하여 제언하는 내용이다.


전공 개론서이기 때문에 일정한 줄거리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몇 개 소개하려고 한다. 그 중 첫 번째는 복지국가의 개념에 대한 한 학자의 정의이며, 두 번째는 이 책의 9장인 <복지국가의 비판과 대응>의 요약부분이다.

"복지국가는 자본주의의 경제과정인 소유-경영-생산-분배-소비 과정에서 자본가의 독점을 인정하는 대신, 국가의 개입에 의해 분배와 소비영역을 사회화함으로써 계급 간 혹은 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국가형태이다. (651p)"


"복지란 피지급계급의 '정치적 복종'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와 자본가가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Pierson, 1991)"


  위 정의가 물론 진리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 정의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회복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이타심, 측은지심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복지국가가 국가와 자본가의 연합에 의해 '전략적으로' 형성되었던 측면이 있다는 것을 지적해주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라는 것이 반드시 국가가 나아가야 할 숙명인가? 절대 아니다. 단지 '복지국가'라는 용어를 지향점으로 제시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 그것도 관련되 이론을 주도해온 서구 선진국들이 제시하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물론 그러한 틀로 한국사회를 분석해보고 개선할 점을 제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이러한 측면을 잘 보여주는 것이 비스마르크가 도입한 최초의 사회보험이다.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폐해를 일정 정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성격이 강하다. 또한 근현대에 이르러 의회민주주의가 정착하게 되면서 정치정당들과 사회세력의 권력은 대중의 투표를 기반으로 하게 되는데, 따라서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들 세력 간에 일종의 '복지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각 정치세력들은 복지제도를 확충하는 한 편, 자본주의의 발달단계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를 완화하여 노동자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이루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설명도 복지국가의 발전을 설명하는 수많은 이론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복지국가가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사회문제 해결을 통한 사회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지극히 전략적인 국가체제라는 것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설명이다.

 다음으로는 간단하게 이 책의 9장에 등장하는 복지국가에 대한 비판들과 그에 대한 대응을 간단히 정리해보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이 크게 다섯 가지이다.

1) 복지국가는 경제성장을 방해한다.
-공공부분에서 사회복지 지출이 늘어나면 산업 생산에 투자할 수 있는 인력과 자본이 줄어든다.
-복지제도의 혜택이 많아지면 노동자의 근로동기가 약해져서 노동공급이 줄어든다.
-복지제도의 혜택이 많아지면 사람들이 저축을 줄이기 때문에 자본축적이 어려워진다.


2) 복지국가는 빈곤층을 오히려 증가시킨다.
-복지지출이 늘어나게 되면 경제성장이 저해되고, 따라서 낙수효과가 감소하여 빈곤층이 늘어난다.


3) 복지국가는 도덕적 해이를 일으켜 복지제도의 의존하는 사람들을 증가시킨다.
-정말로 복지제도를 필요로 하는 "자격 있는 빈자" 들이 아니라 충분히 자신의 노력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자격 없는 게으른 빈자" 들도 혜택을 받게 된다.


4) 복지국가는 가족구조의 변화를 동반하여 불필요하게 수급자를 늘린다.
-복지프로그램이 있기에 노인단독세대와 미혼모와 같은 사람들이 1인가구로 생존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1인가구가 증가, 유지되므로 불필요한 복지지출이 증가한다.


5) 복지국가가 확대되면 세금이 증가하고,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하경제가 확대되어 국가재정의 파탄을 초래한다.
-기업은 사회보장성 조세를 피하기 위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고용하게 되고, 아예 불법적으로 미등록 노동자를 고용하게 된다.
-지하경제가 확대될수록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게 되어 더욱 조세저항이 강해진다.

 이 책은 위와 같은 비판들에 대하여 이론적 측면, 실증적 측면, 그리고 규범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다. 이론적 측면의 비판이란 말 그대로 이러한 비판이 근거하고 있는 이론의 모순과, 그것이 무시하고 있는 가능성들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다. 실증적 측면에서의 비판이란 만일 위와 같은 비판이 사실이라면 실제로 복지국가들에서 그러한 부정적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야 하는데, 실증적 연구에서 그 결과가 일관되게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복지제도의 긍정적 외부효과로 인해 경제성장이 오히려 촉진되는 국가들도 등장하는데, 이것은 복지제도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며, 만일 경제성장이 저해된다면 다른 복합적인 원인들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기본적으로 국가의 산업경쟁력은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밖에 없고, 세계화의 진전으로 인하여 국가경제가 외부의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거칠 수 밖에 없다. 만일 이러한 시기에 신자유주의적 보수적인 세력이 집권하게 되면 경제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을 복지제도로 지목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규범적 측면에서의 반박이란, 복지국가에 대한 비판들이 애초에 용어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운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것을 실증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이에 대해 규범적 측면에서 비판하는 것을 말한다. 주요한 예가 바로 3번이다. 애초에 자격이 있는 빈민과 자격이 없는 빈민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규범적인 문제이다. 더욱이, 그 사람이 실제로 노동능력이 있으나 악한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수급자 행세를 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지 말고, 객관적인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라면 돕는 것이 옳다." 라는 규범적인 비판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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