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부/사회복지

(독후감) [차별이란 무엇인가?] (데버러 헬먼, 서해문집, 2016)

728x90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462581 

 

차별이란 무엇인가

‘차별’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대부분 부정적인 것이지만, 모든 차별이 철폐되어야 할 대상인 것은 아니다. 메릴랜드 법대 데버러 헬먼 교수는 어떤 경우에 차별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어

book.naver.com

  오늘 읽은 책은 <차별이란 무엇인가> 라는 책이다. 400p 정도 되는데, 이틀에 걸쳐서 읽었다.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다. 번역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그저 철학에 문외한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말 어렵게 읽혔다. 
  차별이란 무엇이고, 차별 중에서도 부당한 차별이란 어떤 차별을 말하는지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접했던 철학적인 문제 중에 대부분이 그러했듯, 이것 또한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다. 쉽게 답을 낼 수가 없으며, 나 혼자 답을 냈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이 책에 따르면, 모든 차별이 반드시 부당한 것은 아니다. "긍정적 차별" 이라고 사람들이 인정하는 수많은 차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에게는 "차별적으로" 공공부조를 행한다. 개인의 특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복지정책을 시행한다. 일을 열심히 한 사람에게는 "차별적으로" 성과금을 지불한다. 
 개인적인 선호로 인한 차별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자.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 사람의 마음이 따뜻한지 따뜻하지 않은지를 내가 가진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나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마음이 따뜻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며 살아간다. 이것도 차별이다. 그러나, 부당한 차별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실제로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며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한 생명보험회사는 가정폭력피해의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는 높은 보험료를 받았다. 이 회사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그러한 여성들은 보험 가입 이후 건강이나 생명에 상해를 입을 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당한 차별이다.
  왜 이것이 부당한, 부정의한 차별인가? 이 책에서는 "비하"를 수반한 차별은 부당한 차별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비하"란 무엇인가?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비하하는 행위는 상대를 깎아내리는 행위다.
비하한다는 것은 타인에 비해 많은 권력을 가지고,
타인이 관심과 존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적은 존재라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비하는 표시행위와 권력이 결합된 것이다

 즉, 권력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권력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가치가 적은 존재" 라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 바로 "비하" 라는 것이다.
 
  이 책은 합리적이거나 효율적인 차별은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다룬다. 또, 비하를 하려는 "의도" 혹은 "동기"가 없는 차별도 충분히 부당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위의 보험회사의 예를 들어보자.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받는 것은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합리적이며, 또한 효율적이다. 또, 그러한 조항을 만든 직원들은 가정폭력 피해여성을 비하할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정의로운 차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러한 주장이 가진 허점을 파고 들며, 합리성, 효율성, 의도 등이 부당한 차별을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부당한 차별이 존재하며,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단지 자신의 느낌 만으로 부당한 차별과 그렇지 않은 차별을 구분하는 사람들도 있다. 차별에 대한 이성적인 논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차별이란 무엇이며, 부당한 차별의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 어떤 것인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어렵지만 이렇게 명료한 문제의식을 가진 책이 널리 읽히고 토론의 주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인 것 같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