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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사회복지

(독후감)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 (김세진, 푸른복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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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124502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

책 소개“쫓기는 사례관리, 좇는 사례관리. 무엇에 쫓기고, 무엇을 좇을까? 혹시 실적이나 평가 에 쫓기면서 ‘사람관리’를 하려 드는 건 아닐까? 스스로 사회사업 하는 사회사업가라면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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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선생님이 쓰신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를 드디어 읽었다. 나는 사회복지사로 일해본 적도 없고, 사회복지관에서 일해본 적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고, 복지 제도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한 번 더 고민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덕연 선생님이 쓰신 <복지요결>을 읽으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 잘 이해될 것이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나름대로의 삶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런 게 결국 인간의 삶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의 방법이 바로 사례관리이다. 내가 알고 있는 바로, 사례관리란 복합적이고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해 여러 자원을 장시간 동안 연계하는 일이다. 간단한 문제를 단기간에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례관리가 아니다.

 

어쨌거나, 이 책에 따르면 사례관리란 "복지 당사자가 복지 자원 사이에서 여러 복지 자원으로 욕구를 해결해가게 돕는 일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당사자가 욕구를 해결해나갈 수 있게 돕는 일이지, 욕구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맛집 찾는 사람을 대뜸 자기가 알고 있는 맛집에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의 음식취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맛집어플리케이션 사용하는 방법을 같이 알아본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근본적으로 그 분이 왜 맛집을 찾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사례관리는 "당사자가 끝까지 자기 삶을 선택하고 통제하게 돕는 실천방식"이라고 한다. 그 말은 무엇인가? 사회복지실천현장, 즉 동네에서 종종 보이는 무슨 무슨 사회복지관, 무슨 무슨 센터 등에서 이루어지는 사례관리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례관리는 장기간 이루어지는 것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직률이 높고 복지관 사업도 사례관리 말고 많기 때문에 1년도 못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이렇게 예를 드는 것이 부적절하지만, 한 번 예를 들어보자. 몸이 아프신 남성 노인분이 혼자 살고 있다. 이 분은 사업실패로 채무도 가지고 있고, 가족과의 관계도 단절된 상태이며, 알콜의존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 분을 돕는 가장 안좋은 방법은 사회복지사가 찾아가서 사례관리 대상자 기준에 맞춰 "나이는요?" "수입은 얼마세요?" "가족이랑은 왜 연락이 안되요?" "알콜중독 치료 받으셔야죠?" "채무 문제는 저희가 해결해드릴 수 없겠네요." 라고 말한 뒤 바로 알콜중독치료센터와 사회복지관에서 이루어지는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사업을 연계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비판하는 지점도 바로 그 지점인 것 같다. 인간을 숫자로 대하고, 이 분이 평소 맺어오던 인간관계를 별로 궁금해하지 않으며, 이 분이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 관심도 없다. 물론 알콜중독치료센터와 도시락 배달 사업이 나쁜 사업이라는 것이 아니라,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적극적 복지에 대한 비유도 좋은 것 같다. 지붕에서 물이 새는 집이 있다고 하자. 소극적 복지란 물이 새는 곳에 양동이를 받치는 것이다. 점점 양동이가 많이 필요하고, 양동이를 다른 곳에 써야할 일이 생기면 그대로 집이 물바다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 복지란 애초에 지붕을 고치는 일이다. 지붕을 고치면서 벌레도 잡을 수 있고, 인테리어도 새로 하고, 지붕 고칠 재료를 사러 시장에 가면서 겸사겸사 스타벅스도 가는 것이다. 비가 새지 않을 뿐더러 다른 문제, 예컨데 우박이나 눈이 와도 더 안전해진다.

 

내가 처한 상황과도 연결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돈이 없어서 취업준비를 하는 것은 소극적 복지와 유사한 일이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취업이 되던 말던 즐겁게 하며, 그 분야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근본적인 경쟁력이 커지도록 하는 것이 적극적 복지이다. 전자를 선택한다면 취업에 실패할 때마다 계속 괴롭겠지만, 후자를 선택한다면 고통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애초에 청년실업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게 더 근본적인 방법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반드시 사례관리론이나 다른 사회복지 교과서와 함께 읽으며 표현방식, 접근방법, 개념에 대한 설명을 비교하며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읽으면 훨씬 재미있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며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고 비평해볼 가치가 높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체로 현란한 재주에는 질리고, 진정한 마음에는 끌립니다. 당신을 만나는 사람도 그럴 것입니다. 사례관리는 사람관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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