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부/문화인류학

(독후감)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조현욱 역, 2011)

728x90

 


이 책의 질문, 간단하다. "어떻게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가?"가 바로 이 책의 핵심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도 간단하다.

1. 인지혁명 : 호모 사피엔스의 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2. 농업혁명 : 자연을 길들여 식량생산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3. 과학혁명 : 자연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파괴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과학기술을 갖게 되었다.
4. 상상의 공동체 :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인간은 언어를 기반으로 구성된 공동의 허구에 대한 믿음을 통해 대규모의 공동체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속성을 갖고 있다. (종교,애국심,민족의식,인권 사상,이데올로기,인종 등)

이 책의 마무리도 간단하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우리가 만들어낸 과학기술에 의해 스스로 사라지게 될 것이고, 우리가 필사적으로 그것을 막으려고 한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근데 인간이 사라지는 것이 다른 동물들에게는 좋은 일일 것 같은데?)"

질문도 간단하고, 답도 간단하고, 마무리도 간단한 책이다. 그러나 이런 두꺼운 책을 이끌어 가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방대한 양의 역사적, 자연과학적, 심리학, 사회학적 지식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결론으로 나아간다.

책을 다 읽은 느낌을 이야기하면, 핵심 주제에 대한 주장 뿐만 아니라, 다른 주장들도 재미있고 인상 깊은 것들이 많았다.

1. 농업혁명을 농업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농업혁명을 통해 도시의 규모는 커졌지만, 농부의 삶이 수렵채집인의 삶보다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어쩌면 농업혁명은 인류가 밀과 쌀의 노예가 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2.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상식이 된 "인권 사상"도 어디까지나 하나의 사상일 뿐이다. 사상과 진실은 다른 것이다.
3. 우리는 역사를 왜 연구하는가? 단순히 A라는 사건이 B라는 원인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을 알기 위해 연구하는가? 아니면, 단순한 원인 파악에 그치지 않고 "인간에게 있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등과 같은 보다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연구하는 것인가?
4. 지구를 멸망시킬 힘을 갖게 되었지만, 인류는 총을 든 어린아이와 같이 불안정한 상태이다. 우리의 교통수단이 뗏목에서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하는 중에서도 인간은 우리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신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점점 확신을 잃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니체가 말했듯, "자신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이켜낼 수 있다."
5. 부처의 가르침을 오해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행복은 우리의 내부의 마음에서 찾아야 한다." 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부처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행복을 외부에서 찾지도 말고, 내부에서 찾지도 말며, 행복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집착에서 벗어나라."에 가깝다.

가끔은 이런 빅히스토리류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많은 통찰을 준다. 그나저나, 내가 인류역사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책을 읽을수록 더 많은 고민이 생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