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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지식재산과 발명

<미술로 읽는 지식재산> (박병욱, 굿플러스북, 2020)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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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과 지식재산을 어떻게 연관지을 수 있을까? 하나의 미술작품을 놓고, 지식재산과 관련지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여러 방식이 가능하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크게 세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1. 작가의 지식재산으로써 미술작품을 바라보는 이야기
2. 미술작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미술도구의 발명에 대한 이야기
3. 미술작품 속에 등장한 물건들의 발명에 대한 이야기

첫번째, 미술작품이 작가의 지식재산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그 "작가"의 범위가 어디인지에 대한 논쟁을 다룰 수 있다. "조영남 대작 사건"을 들어보았는가? 조영남씨는 그림에 대한 전체적인 아이디어만 제시하고, 실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다른 미술작가가 글주는 방식으로 여러 점의 작품을 제작했고, 실제로 판매도 했다. 이 때 조영남씨와 대신 그림을 그린 작가 중 누가 이 그림의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있을까?
뿐만 아니라, 이러한 관점에서는 표절과 패러디의 경계는 어디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다. 미술작품도 하나의 지식재산이므로 작품 속의 표현을 그대로 베껴 경제적 이익을 취하면 지식재산권 침해가 되지만, 사회풍자를 하기 위해 미술작품을 패러디하는 것은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 경계가 어디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미술작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미술도구의 발명에 주목한다면, 우리는 이제 붓과 물감, 물감을 담는 튜브 등의 발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최초의 물감튜브는 구멍을 뚫은 돼지 방광이었지만,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 치약튜브와 같은 물감튜브가 누구에 의해, 언제 발명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를 들어보자면, 예술가 이브 클라인(1928~1962)이 발명한 IKB라는 물감을 살펴볼 수 있다. 하나의 "색깔"이 상표로 등록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제 다른 기업들은 그 색깔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미술작품 속에 등장한 물건들의 발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있다. 앙리 마티스의 <커피와 함께 있는 로레트(1917)>를 소개하며, 커피라는 식품의 발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또는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비오는 날, 파리 거리(1877)>을 소개하며, 포장 도로의 발명사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이 책의 단점은 바로 이 세가지 관점이 구분되지 않고 뒤섞여 등장한다는 것이다. 책 마지막 부분의 인용문헌 페이지를 보면 알 수 있듯, 저자인 박병욱씨는 미술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이 책을 저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가 위에서 말한 세가지 관점이 뒤섞여 등장한다. 커피의 발명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 굳이 커피잔이 등장한 미술작품을 억지로 설명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번째, 이 책의 제목은 <"미술"로 읽는 지식재산>인데, 실제로는 "서양 미술" 작품이 99.9%를 차지하고 있다. <"서양미술"로 읽는 지식재산>으로 제목을 바꾸든지 해야 책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오해를 덜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다른 점은 모두 만족스러웠으며, 미술작품을 소재로 지식재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이 아주 신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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