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kakaocdn.net/dn/blRw0u/btsL3hCnqMh/Z7pk75gKliETeus4LHk4w0/img.gif)
반 겐넵이라는 학자가 제시한 통과의례의 3단계, 즉 분리, 전이, 통합은 이 후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에서 차용되었다. 그만큼 '통과의례' 라는 책이 권위가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에 그런데 왠걸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누가 나에게 "너 이렇게 권위있는 책을 재미없다고 하다니 좀 맞자" 라며 협박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런 말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책임하게 재미없다는 말을 내뱉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책이 나에게 재미가 없었는지, 나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통과의례란 간단히 말해 인간이 어떤 특정한 상태(ex. 중학생)에서 다른 상태(ex.고등학생)로 이동할 때 행하는 일련의 행사(ex.입학식이나 졸업식)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 통과의례는 세가지 측면을 갖는데, 바로 분리, 전이, 통합이 그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이 다가오면서 우리는 점점 고등학교에 소속감을 잃어버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이 단계가 바로 기존의 지위에서 벗어나는 '분리'단계이다. 이 분리는 졸업식때 특별한 졸업식 복장 (카네이션 꼽기 포함)을 입는 것까지 이어진다. 평소와 다른 복장을 입음으로써 기존의 지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졸업장을 받고 나가려는데 친구가 계란과 밀가루를 나에게 마구 뿌린다. 그럼 어떻게 되는가? 몸이 더러워진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우리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올 때 어떤 모습인가? "더럽다."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피, 양수, 탯줄로 범벅이 된, 사실 깨끗해보이지는 않은 상태이다. 즉, 출생의 장면, 인간이 태어나는 장면을 졸업식이라는 통과의례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렇다면 입학식때 밀가루를 뿌리고 계란을 던져야하지만 말이다.) 졸업식이 끝나고 대학교 입학식 까지의 몇달간, 이 시간은 전이단계로써 완전히 다음 지위에 속하기 이전에 심리,사회적 지위가 변해가는 기간이다. 대학교 입학식을 기다리다보면 주위에서 "너는 아직 대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도 아니다." 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이렇게 여기도 저기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불안한 단계가 바로 전이 단계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시기에 인간이 방황하기 쉽다. 어느 지위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들 사실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입학식을 마치면 드디어 통합단계. 대학생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다양한 통과의례를 만들었을까? 인간이나 다른 상황이나 공간으로 들어갈 때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내 경험에 비춰보아도 종종 그럴 때가 있다. 2013년이 다가올 때 나와 친구들이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러간 이유는,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바뀌는 그 순간에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해가 바뀐다는 태양력 체계 속에 살아가는 사람에게 굉장한 일인데, 그런 굉장한 순간을 적어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인간은 '무엇인가'를 하게 된다.
한편, 한 인간의 사회화를 위해서 통과의례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연령대별로 분류된 정교한 사회조직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한 인간의 결혼, 직업, 지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회에서는 한 연령조직에서 다른 연령조직으로 들어가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따라서 이 조직의 입사의례에는 조직원들의 가치관,세계관 그리고 새로운 조직원으로써의 재탄생을 상징적으로 구성한 무수한 장치들이 발달하게 된다.
지금 보면 내용이 유익해보이는데, 나는 이 책이 왜 재미가 없었을까. 생각해보니 그것은 나의 선입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명한 학자의 책이니까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엄청난 자극을 받고 그로 인해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급격히 똑똑해질 것이라는 망상을 한 것이었다. 그러한 망상이 책을 읽는 내 자세를 망쳤던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공부 > 민속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후감) <한국 마을신앙의 탄생> 박호원, 민속원, 2013 (0) | 2025.02.02 |
---|---|
<사회언어학: 언어와 사회, 그리고 문화> (강현석 등, 글로벌콘텐츠, 2014) (0) | 2023.06.04 |
(독후감) [한국요괴도감] 설문대할망과 성황신이 실려 있는 요괴도감이라... (0) | 2022.01.28 |
(독후감) [혼으로 빚어낸 전통의 격조] (문화재청, 2008) (0) | 2021.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