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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민속학

(독후감) [혼으로 빚어낸 전통의 격조] (문화재청,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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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683407.html 

 

나전칠기 문양 속에 산수화가 숨어있다

호림박물관 ‘조선의 나전’ 특별전 당대 유행그림 나전조각 떠 정교한 선으로 만드는 방식 장인 ‘원소스 멀티유즈’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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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이 책을 구하게 되었다. 2008년에 문화재청에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전>을 개최하고 전시되었던 작품들의 사진을 실어놓은 것이다. 도록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나저나 왜 "무형문화재" 지정 제도가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정체성, 혹은 민족의 정체성 같은 것을 위해 "전통" 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의 무형문화재 제도가 일본의 그것을 모방했다고 하는데, 일본의 무형문화재 제도도 아마 이러한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제대로 공부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의문이 든다. 인간을 문화재로 지정해서 "보호" 한다라.. 예를 들어 갓을 만드는 기술을 생각해보자. 현재 한국에서 갓을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갓의 실용적 기능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갓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그것이 전통으로써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갓이 가지는 문화적 기능과 상징성, 실용적 기능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인간문화재 선생님이 만드는 갓은 그 맥락이 전혀 다르다. 외국에서 국빈이 방문했을 때 한국을 소개하는 맥락에서 문화재 선생님이 만든 갓이 등장하고, 전시회에서는 전시품으로 등장하고, 박물관에서는 보존가치가 있는 유물로 보관된다. 
 
  인간문화재 제도는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사라져가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다. 물론 나는 전통이라는 개념의 허구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잠시 논외로 하자. 어디까지가 전통인지 잘라서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잠시 접어두고, 만일 한국이 식민지배와 전쟁과 같은 사건을 겪지 않았다면,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전통에 관한 이미지는 어땠을까? 과연 인간문화재 제도가 필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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