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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기타

<라디오 레시피 23> 김승월, 커뮤니케이션북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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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보급되면 라디오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의 청각에 의존하는 라디오의 특성이 오히려 라디오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밖에서 운동을 하면서 라디오를 들을 수는 있지만 TV를 보기는 쉽지 않다.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신을 뛰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운전을 하면서도 TV를 보는 것보다 라디오를 듣는 것이 쉽다. 소리만 들으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운전하면서도 스마트 폰 보는 사람들 많긴 하다.) '라디오의 생존'은 소리만을 전달하는 라디오의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되었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라디오와 함께, 음성 컨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팟캐스트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음성컨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 단순히 수다를 떨더라도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서 재밌고, 유익한 내용을 만든다면 얼마든지 팟캐스트로 방송해볼만 하다. 나는 남자와 여자들이 젠더문제를 두고 토론하는 팟캐스트를 즐겨들었는데 생각외로 정말 재밌었다. 만일 영상매체였다면 몇 번 보다가 그만두었을 것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러나 팟캐스트나 라디오는? 공부하면서도 들을 수 있고, 운동하면서도 들을 수 있고, 그림 그리면서도 들을 수 있다.

 

이 책은 당시 MBC 라디오본부 국장이었던 김승월 PD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PD, 작가, 성우, 리포터 등 라디오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라디오를 만들고 싶을 때 참고하려고 읽었는데, 유명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등장한다. 역시 저자가 라디오 업계에서 권위가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것 같다. 손석희, 이문세, 배철수, 안지환, 배한성, 김경아 리포터, 박금선 작가 등등 내가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책을 잘 쓸려면 역시 인맥도 중요한 것 같다.

 

내가 감명 받았던 것은, 라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이었다. 물론 인터뷰라는 것이, 말을 만들어내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사실을 감안하고 보아도 정말 멋진 말이 많았다. 몇 개만 인용하도록 한다.


"저는 별별 경험을 다 했어요. 어려서는 밥도 굶어봤고, 많이 울어도 봤고, 사랑도 심하게 해봤고, 실연도 당해 봤고... (중략) 그런데 그런 모든 경험들이 제일 큰 자산이 된 것 같아요. (중략) 그래야 그 사람과 대화가 될 것 아니에요? 모르면 궁금한 것도 없어요. (중략) 저는 경험을 많이 해서 그런지 궁금한 게 많더라구요."

-진행자 배철수-

 

"(회의가) 조금만 재미있어도 막 웃으면 아이디어를 막 쏟아내게 돼요. 그걸 송창의 PD가 잘했어요. (중략) 정말 연기자보다 더 웃어요. 얼굴이 벌개져서 박수를 치면서 뒤로 넘어가요. 나를 인정해 주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죠."

-진행자 김혜영-

 

"다른 사람들은 일을 끝내고 여가 시간에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잖아요? 저는 현실에서 닥친 아픔과 스트레스를 일하면서 풀었어요. 매일 방송사에서 살다시피 했죠. 방송사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먹고, 프로그램이 없어도 대본 들고 저 혼자서 연습했어요."

-성우 서혜정-

 

"옆에 우종범 PD가 계셨어요. 그 분이 <요즘 힘들어 보인다?> 하시자, 그만 울어버렷어요. 사정을 들으시더니, 한 마디로 그러셨어요. <너는 예술가가 아니라 생활인이야. 네가 예술을 하려고 하니까 힘든 거야.>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말씀이었어요."

-작가 박금선-


이 책에는 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2시간 짜리 라디오 프로그램을 짜는데 정말 엄청난 노력과 정신노동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세상에 쉬운 일은 흔하지 않은데, 현재 나는 미치기 위해 미칠 자신이 되어 있는가?라는 반성도 들었다. 정말 이 분야에서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예컨데 그 한가지 일로 돈을 벌어볼려고 아득바득 하는 사람이 아니면 라디오 업계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한 PD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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