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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생태학

(독후감)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조너선 실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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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는 진화의 역사가 담겨 있다.”먹방과 쿡방의 시대, 언제 어디서든 음식과 요리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진화생물학자가 보내는 다윈과의 맟난` 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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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는 집에서 밥을 해먹기로 했다. 레시피는 아래와 같다.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 2개를 깨어 넣는다. 흰자가 살짝 익을 때쯤 우유를 살짝 부은 뒤 저어준다. 어느 정도 익으면 밥을 한 공기 준비하고, 스크램블 에그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하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우유 스크램블 에그 덮밥이 완성된다.

언뜻 보면 아주 평범한 주말의 점심 메뉴지만, 진화생물학자의 눈으로 보면 이 간단한 음식만큼 괘씸한 음식도 없다. 이 음식에 들어간 모든 재료를 한 번 보자. 우유, 계란, 쌀, 이 세가지 재료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우유는 포유류인 젖소가, 계란은 조류인 닭이, 쌀은 벼가 각각 자신의 자손을 위해 애써 준비한 식량이다. 이 식량을 인간이 훔쳐 지지고 볶아 먹는 것이다.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빵을 하나 먹었다.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밀가루와 인간의 만남은 정말 운명의 장난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밀의 고향은 척박하고 건조한 중앙아시아의 어느 들판이었다. 그곳의 식물들은 씨앗을 맺을 때 영양분을 최대한 많이 담아 퍼뜨렸다. 너무나 척박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씨앗이 싹을 틔우지도, 땅 속으로 뿌리를 뻗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곳의 식물들은 성장도 빨랐다. 워낙 생존이 힘든 환경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자라 번식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밀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1년만에 급속도로 성장한 뒤 통통하고 영양가 있는 열매를 맺는 전략을 선택했지만, 그것을 이용하여 번영한 것은 뜬금 없게도 인간이었다. 인간에게 영양가를 가득 담고 있는 밀의 낟알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1년마다 수확이 가능했으니 1석 2조였다. 다만 한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탈립"이라는 현상이었다. 즉, 대부분의 식물은 열매가 익으면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열매를 떨어뜨린다. 인간은 이 탈립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돌연변이 밀만 선택하여 번식시켰다. 기껏 키워놓은 밀의 낟알이 땅에 떨어져버리면 불편했으니까 말이다. 인간이 수확하기 전까지는 단단히 열매를 달고 있는 돌연변이 밀은 자신이 살던 척박한 땅을 벗어나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유구한 역사를 지나 지금 내 입으로 빵 한 조각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새삼 이 빵이 새롭게 보인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벌어진 일이다

"모든 식재료에는 진화의 역사가 들어있다." 라는 것이 이 책에 흐르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매일 만나는 음식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재료들이 어떤 진화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고, 그러한 진화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 없이 자연을 이용해왔다.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들도 모두 자연을 이용하여 진화의 과정을 조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맥락에서 GMO 식품, 즉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식재료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유전자 조작 자체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모든 식재료는 이미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들이다.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이 오랜 시간을 통해 증명되었다면, GMO 식품이라도 인류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더 많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세계 국가들이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더 지지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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