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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생태학

(독후감) <숲 생태학 강의> (차윤정, 전승훈 지음, 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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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생태학 강의 - YES24

오랫동안 숲 생태를 연구하고 강의해 온 저자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쌓아 온 학문적 성과와 현장에서 발견한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설명을 모아 출간한 생태학 안내서. 부부 산림생태학자인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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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은 "생물과 그 생물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생태학을 소개하고 있다. 제목에서 드러난 것처럼,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숲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생태학적 개념과 연구 결과들을 정리하고 있다. 나는 자연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생물도감을 보기 전에 이 책부터 읽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숲을 큰 틀에서 바라보는 방법을 소개한다. 예컨데, 육지 생태계는 생물요소와 비생물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생물요소
-생산자: 목본, 초본 등의 식물들
-소비자: 1차 소비자(초식), 2차 소비자(포식), 고차 소비자(잡식)
-분해자: 각종 토양생물들

2. 비생물요소(환경)
-조건: 기후, 토양, 고도, 경사, 방향 등의 물리적 구조
-자원: 빛, 수분, 영양염류 등의 소비재

또한, 생물들은 각각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특정한 관계를 맺으며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관계들은 다음과 같다.

1. 중립: 두 종이 서로 거의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단, 자연계에서 일반적인 관계는 아니다.
2. 경쟁: 두 종, 두 개체군, 또는 두 개체가 자원을 얻기 위해 서로를 억제하거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관계.
3. 포식: 포식자가 피식자를 잡아 먹는 관계.
4. 기생: 포식은 한 포식자가 다양한 피식자를 잡아 먹는 것이지만, 기생은 한 개체가 다른 개체를 일생동안 서서히 포식하는 관계이다. 포식과는 반대로, 기생체는 숙주체보다 훨씬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5. 편리공생: 한 종은 다른 종에게 이익을 얻지만, 그 다른 종은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는 관계이다.
6. 편해공생: 한 종은 다른 종에게 해를 끼치지만, 그 다른 종은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하는 좀 어처구니 없는 관계이다.  

이 정도만 알아두어도 숲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은 달라진다. 쓰러진 나무가 한 그루 있다고 하자. 예전에는 그냥 쓰러진 나무이지만, 그 나무를 잘 관찰하면 수많은 생물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버섯의 식사가 되고, 곤충들의 집이 되고, 이끼들의 집터가 되어준다.
또한, 이 책은 생태학적 사고방식, 즉 생물종들과 환경간의 상호작용의 측면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가졌을 때 산딸기와 도토리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고 있다.

1. 산딸기는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을 가지고 있으나, 도토리는 딱딱한 껍질에 둘러쌓여 있으며 저장용 녹말로 가득 차 있다.
2. 산딸기는 바닥에 떨어지면 빨리 썩어버린다. 그러나 도토리는 땅에 떨어져도 쉽게 썩지 않는다.
3. 산딸기는 녹음이 무성한 여름에 익지만, 도토리는 낙엽이 지는 가을에 익는다.
4. 따라서, 산딸기는 강렬한 빨간색이어야 동물들의 눈에 빨리 띌 수 있고, 땅에 떨어지기 전에 동물들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 그러나 도토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느긋하게 다람쥐나 청설모가 자신을 찾아오길 기다리면 된다.
5. 산딸기를 찾아오는 것은 작은 산새들이며, 그들은 깊은 숲 속이 아니라 숲 변두리나 등산로 근처에 서식하므로 산딸기는 깊은 숲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도토리는 다람쥐나 청설모의 겨울식량이며, 그들은 도토리를 깊은 숲에 은밀하게 숨겨놓는다. 따라서 참나무류는 깊은 숲 속에서 번성하게 된다.

산딸기나 도토리 모두 동물에게 잡아먹히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그 전략이 다르고, 파트너도 다르다. 생태학은 왜 도토리는 빨간색이 아니고, 산딸기는 갈색이 아닌지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

숲에서 살고 있는 한 종의 식물이나 동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종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숲에 있는 생물들 중 자기 혼자서만 고고하게 살아가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숲의 생물들은 다른 생물들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한 종의 생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숲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의 학문적인 수준이 아직까지 매우 얕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토대로 한번 생각해보자면, 숲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기 위해서는 첫째로 화학, 생태학, 진화생물학, 생태철학 등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는 둘째로 식물생리학, 동물생리학 및 생물분류학을 공부하여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생물을 바라보는 과학적 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기초를 다지면서 다음 단계로 서서히 넘어가야 하는데, 세번째 단계에서는 나무도감, 버섯도감, 포유류 도감 등 다양한 도감과 학술논문 등을 접하면서 개별 생물종에 대해서 학습해야 한다. 그러면서 주변에 있는 숲, 하천, 갯벌 등을 자주 답사하면서 현장을 접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단계에서는 생태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더욱 확장해야 하는데, 이 때는 자연에 관한 수필집, 소설, 숲해설 교재, 숲과 인간의 문화를 함께 다루는 학문들, 예컨데 민속학, 문화인류학, 역사학 서적 등을 다양하게 접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크게 4단계를 거치며 숲 공부를 했다면 그 다음에는 다시 방향을 한번 더 잡아야 한다. 이러한 지식과 감수성을 갖고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하여 숲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할 것인지, 아니면 학문의 길을 더 걸을 것인지, 숲해설가나 작가가 될 것인지 등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자연에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헷갈리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단, 이 책은 편집이 그렇게 잘 된 편은 아닌 것 같고,  그림이나 도표,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는 편은 아니므로 이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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