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부/생태학

(독후감)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 지학사, 2021)

728x90

 곽재식 작가가 쓴 책들을 보면 주제가 참 다양하다. 공학박사이며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인데, 소설도 여럿 쓰고, 한국 전통 괴물 백과사전도 쓰고, 화학, 생물학 분야의 교양서적도 썼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셔서 그런지, 이 책에도 단순히 생물학적 내용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한가지 생물을 문화적, 역사적, 생물학적, 화학적.. 등등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관점의 내용들이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통합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재밌게 읽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아파트에는 우리 인간들만 사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생물종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생물들을 크게 3가지로 나누어서 바라보고 있다. 첫째는 아파트라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 두번째는 인간들이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동거하고 있는 생물들, 세번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생물들이다. 

 

 책의 자세한 내용을 여기에 옮겨두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맨 앞에 나오는 소나무 파트가 특히 재미있었기 때문에, 몇 가지만 짚어보고 넘어가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나무 설문조사를 하면 1위는 항상 소나무일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를 좋아한다. 또, 종종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 분양 광고를 보면 이 아파트에 소나무를 1,000그루 심었다는 등.. 조경수로 심은 소나무를 아파트 광고에 적극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일단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많아서 사람들에게 익숙한 존재이며, 곧게 뻗는 성질이 있어 쓰임새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산악 토양은 산성에 가까운데, 소나무는 산성토양도 잘 견디기 때문에 소나무가 많다. 그러나 원래부터 소나무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건축용, 연료용 등으로 나무를 산에서 베어다가 쓰다보니 산이 점점 황량해지게 되었는데, 햇볕을 특히 좋아하고 빨리 자라는 소나무의 특성상 그런 황량한 땅을 가장 빨리 점령하게 된 것이다.

 

 거기다, 겨울에도 푸른 나뭇잎을 달고 있는 소나무는 우리나라 선비들의 충절 사상과 잘 맞아떨어져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충직한 나무" 같은 수식어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소나무가 겨울에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은 소나무도 그 나름대로의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에 잎이 붙어 있으면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햇빛만 있다고 광합성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광합성을 하면 할수록 잎을 통해 나무의 수분이 소모된다. 또한 잎은 뿌리 쪽의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증산작용을 통해 기공으로 물을 내보내는데, 이 과정에서도 수분이 소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겨울이 춥고 건조한 곳에서 나무들이 초록색 잎을 계속 붙들고 있으면 나무가 말라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소나무는 애초에 잎이 넓지 않아서 증산작용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의 양이 많지 않다. 그래서 매년 잎을 새로 만들지 않고 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활엽수처럼 매년 모든 잎을 떨어뜨리고 다시 만드는 수고를 하지 않으며 그만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같은 잎을 평생 달고 사는 것은 아니고, 3년 정도가 지나면 잎이 떨어진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활엽수는 봄부터 여름까지 엄청나게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어두고, 가을과 겨울에는 장기 휴가를 떠나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겠다. 그러나 소나무는 휴가를 가지 않고, 적게 버는 만큼 적게 쓰며 일년 내내 꾸준히 일을 하는 사람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이렇게 사람들이 소나무를 좋아하는데, 가로수로는 소나무를 잘 심지 않는다. 아니, 심지 못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나무는 공해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옮겨심는 것이 매우 어려운 수종 중에 하나이다. 길거리에 심는 것도 힘들고, 죽지 않게 잘 가꾸며 키우는 것도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소나무는 꽃가루가 심하게 날린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소나무는 벌이나 나비가 꽃가루를 옮겨주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날려보내는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소나무의 조상이 처음 등장한 1억~2억년 전 쥐라기에는 지금처럼 식물이 꽃을 피우면 벌과 나비가 달려드는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소나무의 "꽃가루", 즉 송홧가루를 다른 재료들과 섞은 뒤 뭉쳐서 음식 재료로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먹을 것이 넘쳐나기 때문에 굳이 송홧가루를 채취하지 않으며, 매연가스와 각종 중금속 등에 노출된 길거리의 소나무에서 채취한 송홧가루를 먹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 책에 등장한 소나무 이야기만 잠깐 알아보았다. 이 밖에도 지의류, 황조롱이, 진드기, 아메바 등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아서, 언젠가는 이런 종류의 재밌는 책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 자료>

 

식물의 ‘잎 크기’ 결정하는 요인은?

사이언스 제공 [표지로 읽는 과학-사이언스] 한 여인의 손이 거대한 이파리를 쥐고 있는 모습이 이번 주 ‘사이언스’ 표지에 등장했다. 이 식물은 봉래초라고도 불리는 덩굴식물 몬스테라다.

www.dongascience.com

 

소나무 - 나무위키

처음엔 할 수 없이 전염병 처리하듯, 고사목과 그 주위의 소나무까지 죄다 벌목해서라도 확산을 막으려고 했다. 얼핏 효과가 있는 듯하기도 했으나 결국 완전방제에 실패했다. 완전 벌목 자체는

namu.wiki

 

광합성 - 나무위키

C4 식물은 캘빈 회로 이전에 처음 유기산물로 4탄소 화합물을 형성하는 다른 방식의 탄소 고정을 가진다. C4 식물은 유관속초세포와 엽육세포라는 두 가지 형태의 광합성 세포가 존재한다. 유관

namu.wiki

 

잎의 구조와 하는 일

잎의 구조와하는 일 ■ 잎의 구조잎은 넓적한 잎몸과 길쭉한 잎자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잎몸은 잎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햇빛을 받기 쉽도록 편평한 모양으로 되어 있으며 엽록체 때문에

if-blog.tistory.co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