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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자연해설

(독후감) <식물에게 배우는 인문학> (이동고, 학이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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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배우는 인문학 - YES24

식물은 언제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로 인간을 맞이한다. 풀꽃은 작지만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고, 늠름한 나무에서는 의연하게 살아갈 용기를 배울 수 있다. 어떤 관계보다 나 자신을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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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청산식물원에 근무하고 계신 이동고 선생님이 쓴 책이다. 우선, 내가 읽었던 식물과 관련된 수필집 중에서는 내용이 꽤나 풍부한 쪽에 속한다. 저자가 기자생활을 했고, 다방면에 지식이 풍부하며, 특히 직접 식물을 가꾸고 정원을 만드는 일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 여러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든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정원을 열심히 가꾸자는 이야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한다. 식물과 관련된 역사적,문화적 사실에 대한 내용도 자주 등장한다. 모두 공감이 되는 내용들이지만, 너무 다양한 주제가 등장하다보니 산만한 느낌이 든다.

 다음으로, 저자의 어투가 좀 딱딱하고, 거칠고, 무엇인가를 너무 단정지어 이야기한다는 느낌이 든다. 즉, 여러가지 학설이 존재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딱 잘라서 저자의 주장을 써놓은 부분들이 있다. 물론 글이 두루뭉술한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애초에 이 책의 이름이 "식물에게 배우는 인문학"인데, 이 책의 내용을 잘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인문학적인 내용도 있지만,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올바른 정원 가꾸기 문화의 중요성"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수많은 정의가 존재하는데, 그러한 두루뭉술한 용어를 그냥 제목으로 쓴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단점이 있지만, 나는 적어도 저자가 이 책을 진심을 담아서 썼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대해 자기 생각을 날카롭게 펼쳐놓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와닿았다. 이 책에 나온 재미있는 내용들을 한번 메모해두며 독후감을 마친다.

 

-18세기에 목사이자 약물학자인 에드워드 스톤은, 버드나무 껍질을 달여서 환자 50명에게 먹였더니 열이 내리고 두통이 없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캡슐 문디'는 전분으로 만든 플라스틱 관이다. 시신이 이 캡슐에 담겨 땅에 묻히면 자연스레 거름 역할을 하게 된다.

-스코틀랜드의 나라꽃은 엉겅퀴이다. 덴마크가 스코틀랜드를 침략했을 때, 덴마크 병사들이 몰래 무기를 나르다가 엉겅퀴 가시에 찔려 비명을 질러 위치가 노출되었고, 결국 스코틀랜드가 승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사시기를 알아채는 기준으로 삼은 나무는 농언목, 기상예보를 해주는 수목은 지표목이라 불렀다.

-화암수록의 <화목구등품제>에서는 나무와 풀을 9등급으로 나누었는데, 붉은 색의 꽃들은 주로 5~6등급의 낮은 급으로 매겨졌다. 화려한 꽃은 인간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고 하여 낮게 본 것이다.

-꽃은 목화가 제일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서민들에게는 화려한 꽃보다 쓸모가 많은 목화꽃이 가장 유용하다는 의미이다.

-밤이 되어 기공이 닫히면, 나무와 뿌리 깊은 식물은 하루종일 빨아올린 물을 지표면에 일시 저장한다. 이 수분은 주변 식물들에게 수분을 공급해준다.

-태백산 지역은 탄광에서 버린 폐석 더미가 많아 산사태 위험이 있었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사는 물오리 나무를 심었으나, 모두 말라죽었다. 식물학자 오병훈 씨가 아까시나무를 식재했으나, 주민들의 거부감으로 인해 물오리나무가 다 말라죽고난 이후에 아까시나무를 심었다.

-나라꽃은 국가마다 다르다. 덴마크는 붉은토끼풀, 라오스는 벼, 스코틀랜드는 엉겅퀴, 아일랜드는 흰토끼풀이다.

-대나무 숲에서 어차피 간벌작업(숲에서 나무를 중간중간 솎아베는 일)을 할 예정이라면, 사람들이 죽순을 채취하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돈 들여서 솎아베기를 할 것이라면, 죽순 단계일 때 미리 채취한 뒤 관광객들에게 죽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꽃축제를 한답시고 멀쩡한 강변을 싹 밀어버린 뒤 한 두가지 종의 꽃으로 도배를 한 뒤, 축제가 끝나면 폐허가 될 때까지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나 나무를 보호하자고 이야기하면서,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심기를 꺼려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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