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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문학

(독후감) [최소한의 이웃] (허지웅, 김영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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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 YES24

악의를 감싸 안으며 선의를 탐구하는 작가허지웅이 전하는 함께 살기 위한 가치들적의와 호의, 소음과 평정, 변해야 할 것과 변치 말아야 할 것을 떠올리다 보면 결론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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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문, 수필, 시 등 문학작품을 잘 읽지 않았다. 100권을 읽으면 그 중에 문학은 3편이 될까 말까 했다. 읽어도 얻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을 아무리 읽어도 나에게 어떤 "지식"이 쌓이지 않으므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내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누군가가 말하길, 좋은 문학 작품은 영혼을 울린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물론 이 책은 무슨 대서사시를 다룬 소설이 아니다. 여러 시시콜콜한 내용을 주제로 한 1~2 페이지의 짧은 수필을 모은 산문집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고 문학작품이 영혼을 울린다는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좋은 이야기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인다. 감동, 슬픔, 기쁨, 공감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사람의 감수성을 자라나게 한다. 또, 좋은 이야기는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고, 반성하게 만든다. 그럴수록 인간은 지혜로워진다. 즉, 좋은 이야기는 사람의 감수성과 지혜를 키워주는 것이다.

지식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식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지식과 감수성과 지혜가 모두 필요하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 "사바사바"의 어원이 무엇인지, "쌍팔년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을 조금 쌓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주된 내용은 아니다. 이 책은 감수성을 자극하고,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글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이 꽤 괜찮은 이야기 모음집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머릿속에 지식만을 채워갈 것인가? 아니면 영혼을 함께 닦아나갈 것인가? 지식만 많은 사람은 좋은 백과사전은 될 수 있지만, 좋은 선생님은 결코 될 수 없다.  지식을 쌓는 방법 중 하나는 여러 전문서적을 공부하는 것이고, 영혼을 닦는 방법 중 하나는 좋은 이야기들을 읽는 것, 즉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다. 그 둘 다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들을 정리하고 이 독후감을 마치려고 한다.

1. 빛이 없는 곳에서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래서 우리가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조용히 돕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일은 숭고합니다. 사실 대개의 중요한 일이란 그렇게 조용하고 겸허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2.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이 거창한 게 아닐 겁니다. 꼭 친구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같은 편이나 가족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남을 이해하는 태도, 그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의 전모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3. 진정한 강인함이란 하늘을 날고 쇠를 구부리는 게 아닌, 역경에 굴하지 않고 삶을 끝까지 살아내며 마침내 스스로를 증명하는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4. 살다 보면 반드시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을 단지 창피하다는 이유로 회피하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하지만 경험해본 자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단지 창피하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5. 지금 여러분이 맞닥뜨린 크고 심란한 문제도 사실 본질을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여러분이 소음 앞에 무너지지 않기를.  휘둘리거나 잡아먹히지 말기를. 조용하고 강인한 평정 안에서 무엇보다 자유로운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6. 사실이란 늘 한결같이 복잡하고 맥락이 있으며 두텁습니다. (중략) 불행을 누르고 평정을 되찾기 위해선, 눈앞에 직면한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 복잡함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7. 혹시 내 안의 어떤 태도가 위기를 끌어들이지는 않았는지 겸허하게 따져봅시다. 나아가 메칸더 브이가 적을 끌어안고 있다가 오메가 미사일 피격 직전에 탈출해서 역경을 극복하듯, 주저 않아 괴로워하기보다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버티어봅시다. 잘 안되면 이번 미사일은 그냥 맞아서 맷집 기르면 됩니다. 다음번 미사일이 또 있으니까요. 저는 매번 맷집만 기르고 있습니다만, 여러분은 저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8.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경험을 재료로 나만의 답을 찾는 것, 그리고 그 답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나의 쓸모를 찾는 것, 중요한 건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9. 겨울에 앙상해진 나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 나무가 지난 여름 그리도 많은 꽃을 품었고, 가을에는 눈부시게 푸르고 웅장했다는 걸 언뜻 믿기 어렵습니다. 또한 언젠가 다시 그렇게 되리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저 놀라운 회복력이 단지 나무에만 허락된 건 아닐 겁니다.

10. 땅 위에 나뒹굴어 혀끝에서 흙 맛이 느껴지더라도, 불행에 사로잡혀 잠식당하지 않는 사람만이 회복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희망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만이 희망을 준비하고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막시밀리앙에게 그러했듯, 우리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웃일 때 서로 돕고 함께 기다리며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이웃입니다. 여러분이 제 이웃이라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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