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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를 찾아서

그래피티 명소, 신촌 토끼굴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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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 신촌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오늘은 우연히 알게 된 신촌의 토끼굴에 가보기로 하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그래피티도 일종의 도시민속이라고 생각한다. 불법적인 행위가 대부분이지만, 이 또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촌 토끼굴은 서대문구청이 그래피티를 허가해준 서울의 몇 안되는 장소중 한 곳이므로 궁금해서 가본 것이다.
그래피티란 미국 뉴욕 브롱스 슬럼가에서 시작된 슬럼 문화의 일종으로, 래퍼, DJ, 비보이와 함께 힙합의 4대 요소 중 하나라고 한다. 그래피티는 이탈리아어로 낙서를 의미하며, 당시 갱단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길거리에 특정한 표식을 남기는 것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1960~70년대에 시작한 그래피티 문화는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우리나라에서도 길거리 곳곳에서 그래피티를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싸인을 휘갈겨 놓은 수준에서부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는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것까지, 그래피티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어디까지가 그래피티이고, 어디서부터 스트리트 아트 또는 공공 미술행위인가? 라는 부분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영역표시처럼 공공시설 위에 휘갈긴 그래피티는 눈살이 찌뿌려질 때가 많다. 자신이 속한 그래피티 크루의 영역을 표시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뭔가.. 사회적인 반항의 의미로 그린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개인이 그냥 재미로, 또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는 것일 수도 있을텐데, 어떤 이유에서건 현재 대부분의 그래피티는 불법적으로 그려진 것이 대부분이며, 그것이 그래피티의 근본적인 정체성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불법적인 그래피티에 입문했다가 유명해져서 돈을 받고 그래피티를 그려주는 사람도 있고, 아예 작가로 데뷔해서 유명해진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사실이다.
인터넷에 "그래피티"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논객들이 그래피티의 정체성에 대해 분석한 글이 있으니 한 번 찾아보기를 권한다.

2021년, 연초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신촌 거리. 한산하다.
이 그림은 그래피티인가? 스트리트 아트인가?
신촌 굴다리는 현재 대부분이 화려한 광고판으로 도배되어 있다.

그래피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은 참 다양하다. 그래피티 작가들, 공공시설을 관리하는 공무원들, 담벼락과 건물의 소유자들, 지역 주민들, 관광객들 등등.. 이 중에서 아마도 작가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그룹은 공무원들일 것이다. 그래피티로 인한 수많은 민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바로 공무원들 아닐까?
현재 신촌의 굴다리는 대부분 화려한 광고판으로 도배되어 있는데, 이것도 그래피티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 아닐까 싶다. 그래피티의 특성상 cctv를 피해 빨리 그린 뒤 그 장소를 벗어나야 하는데, 어두컴컴한 굴다리만큼 좋은 곳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내가 그래피티를 그리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광고판이 붙은 곳에는 그다지 그리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드디어 도착한 토끼굴. 신촌기차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온다.
각종 스티커와 표식으로 도배되어 있다.

드디어 도착한 신촌 토끼굴.. 입구부터 그래피티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봤던 것과는 다른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아마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누군가가 기존에 있던 그림을 지워버리는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면서 그래피티를 감상하다보니, 이 그림들의 매력이 무엇인지 점점 알게 되는 것 같았다. 뭔가.. 왜 그래피티 작가들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케이스들이 있었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단순하면서도 자유분방하고, 때때로는 엄청나게 섬세한 구성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그래피티는 정말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나는 그냥 지나가는 한 명의 시민이며, 그래피티와 별 이해관계로 엮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그림이 그려질 수 있게 검은색 라카로 엎어버리는 것 같다.
재봉틀, 확성기, 라카, 얼굴 등이 그려진 그래피티
촛농이 녹아내리는 듯한 그래피티
너무 정교하게 그려져서 처음에는 그래피티가 아닌 줄 알았다.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의 경고문.

이 경고문을 보니 역시 신촌 토끼굴은 지자체에서 일종의 허가.. 같은 것을 해주고 있는 장소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허가와 관리를 동시에 하려는 것 같다. 가급적 밝은 톤의 색상을 사용하여 밝은 이미지의 그림을 그리라는 등 굉장히 자세한 지침을 내려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음.. 이렇게 그려지는 그림은 과연 그래피티가 맞을까? 그래피티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디자인만 그래피티에서 따온 공공미술의 일종이 되어버린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신촌 토끼굴도 결국 지자체에서도 그래피티로 인해 골머리를 앓다가 만들어낸 대책이 아닐까 한다.

토끼굴 너머의 그래피티. 각종 싸인이 그려져 있다.
신촌 글벗서점 벽의 그래피티, 아니, 벽화라고 해야 할까?

돌아오는 길에, 나는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얕은 고민을 해보았다. 갱단들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그려왔던 그래피티는 어느샌가 그 표현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예술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래피티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래피티가 예술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여전히 사회악이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에게 그래피티는 돈이 된다. 부산의 어느 한 책방골목에서는 관광활성화를 위해 그래피티 작가들을 초청하여 그래피티를 그렸다. 그래피티 작가들이 자동차 회사, 의류 회사, 레코드사와 협업해온 역사는 이미 오래 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그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떤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휘갈기는 것만이 그래피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리지 않는 것은 그래피티의 형식을 가진, 또는 그래피티에서 영감을 받은 스트리트 아트 또는 공공미술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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