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끝난 어느 화창한 아침. 태백산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파란하늘과 구름이었다. 20살에 처음 가본 이후 정말 오랜만이다.
입구에 도착하니, 태백산 정상부근의 천제단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 입구의 기온은 25도 정도였는데, 정상부근은 체감온도가 무려 16도이다.. 이렇게 미리 정상의 모습을 보여주니 뭔가 안심이 된다.
입장료는 물론 주차료도 무료다. 귀여운 국립공원 동물들이 이런 사실을 안내하고 있는데, 모두 포유류다. 산양,노루,날다람쥐,반달곰 등등.. 파충류나 곤충애호가가 보면 서운할 법도 하다.
오늘의 코스는 유일사~천제단~당골광장 코스이다. 등산을 시작하니 아름다운 자연이 우리를 맞았다. 깨알처럼 곳곳에는 나무안내판이 있었다. 그러나 딱딱한 설명밖에 없고 흥미롭지도 않았다.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적어둘 수는 없을까?
주목 군락지를 지나 장군봉에 이르렀다. 그러나 날씨가 흐린관계로 구름 구경만 실컷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답고 값진 경험인가? 정상의 시원한 공기를 만끽한다.
등산로는 올라온 만큼 아름다워보이는 법이다. 힘들게 올라왔지만 정상 표석을 보니 뿌듯하다. 천제단을 지나 구석에 박혀있는 장군봉 표석, 흙탕물이 고여있어 뭔가 초라해보인다.
태백산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 3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정말 언제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중 가장 큰 천왕단에 가면 명상을 하거나,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정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천제단에서 주변 산들을 모두 내려다볼 수 있어서 뭔가 엄청난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단군할아버지가 내려온 태백산이 정말 여기일까? 아무도 모른다.
천제단에서 내려와 당골광장으로 가는 길에는 절이 하나 있다. 매점과 화장실이 있고, 약수터도 있으니 쉬어가면 좋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이 마치 전설의 고향 세트장 같다.
내려오는 길은 완만했다. 5km정도를 걸으면 당골광장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호식총 유적지를 볼 수 있는데, 한마디로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을 기리는 무덤이다. 사실 기린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귀신이 되어 해코지를 하지 못하게 막는 문화적 장치라고 보는 것이 맞을것 같기도 하다.
또, 내려오는 길에 장군바위를 볼 수 있다. 여자에게 한눈팔다 태백산을 지키지 못해 벌을 받은 장군의 이야기이다. 연애를 위해 직무를 저버린 자의 최후는 이렇게 끔찍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립공원에 있던 이 신형 나무안내판을 이야기하고 글을 마치려 한다. 한 마디로, 나는 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시켜보는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나무에 관한 문학 구절, 전설, 짧은 시가 있으면 훨씬 사람들이 많이 볼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
다음엔 다른 국립공원도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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