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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사회학

<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창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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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러나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꼭 고민해야 할 것들이 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고민 속으로 편안하고 재밌게 안내해주는 책은 좋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김두식이라는 사람이 인권에 관한 내용에 관하여 쓴 책이다. 그냥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이었다면 읽지 않았을 테지만, 저자가 코넬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경북대 로스쿨 교수라고 쓰여 있기에 책을 짚었다. 나도 학벌과 지위를 토대로 사람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런 경향이 실제로 있다. 똑같은 말이라도 그냥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것과, 영화를 좋아하는 법대 교수가 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느낀다. 그래서 이 책을 많이 읽어서 깨우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병역거부자, 영화 검열 문제, 인종차별, 제노사이드 같은 인권침해 사례에 관하여 영화의 내용을 토대로 쉽게 소개하는 책이다. 그런데 그냥 쉽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글에 항상 날이 서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도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해 오로지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균형 있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단순히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다시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인권을 다루면서 소개하는 영화 <오아시스> 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애와 사랑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이 종두가 공주를 강간하려는 것으로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며, 중간 중간 등장하는 공주의 환상에서 공주는 철저히 비장애인의 삶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한다. 마치, 장애인의 신체로는 정상적인 사랑이 불가능하며 비장애인을 끊임 없이 갈망하며 정상적인 사랑을 갈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아시스>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밥, 꽃, 양>을 다루면서 저자는 영화 내용 뿐만 아니라 영화가 모사하고 있는 현실까지도 비판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1998년 36일간 진행된 울산 현대자동차의 파업이 노사 간의 타협을 통하여 일단락된 적이 있다. 이 때, 정리해고를 진행하려는 사측은 단 277명만 정리해고하는 것으로 노조측과 타협하는데, 이 277명은 파업기간 중에서도 노조 동료들에게 밥을 지어주던 사내식당의 여성 조리사들이었다. <밥, 꽃, 양>은 평소에는 직원들에게 밥을 지어주다가, 파업기간 중에는 파업의 꽃이 되었다가, 파업이 끝나자 정리해고의 희생양이 된 그들의 이야기이다. 노사 간의 대립이 있고, 노조 내에서도 소수자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이 다큐멘터리의 이야기를 하며, 저자는 우리나라의 노동법부터 기업문화까지, 법조인으로써의 비판적 시각을 논리정연하게 펼친다.
  영화를 좋아하고, 인권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아울러, 인권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겸손하고 자기성찰적인 글을 읽은 것이 참 오랜 만이다. 김두식씨에게 감사드린다.

인권문제는 어디에나 있다.
일상생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해야 할 말 하는 것이 실천의 시작이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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