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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연을 찾아서

[2022년 동해안 걷기여행 3일차] 강문해변~테라로사~강릉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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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강문해변에서 테라로사까지 걸어가서 원두를 사고, 다시 강릉역까지 가서 참치초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날인 3일차에는 가볍게 5km 정도만 걸었다.

1) 마지막 날, 숙소에서 나오는데 다리가 너무 아팠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첫째, 지팡이 없이 다리로만 걸었기 때문에 무릎에 무리가 갔다. 둘째,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채 반바지를 입고 걸었기 때문에 종아리가 햇빛에 너무 타서 따가웠다. 다음 번에는 반드시 선크림과 등산용 지팡이를 챙겨와야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2박 3일 동안 걷기 여행을 한 것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강문해변, 최근 짝꿍과 왔던 곳인데 혼자 여행을 오니 감회가 새롭다.

2) 강문해변에 맛있는 햄버거 집이 있다고 해서 가려고 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먹지 못했다. 물론 한 30분 정도 기다리면 먹을 수 있었겠지만, 생각해보니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시간에 나 혼자 식사를 하면 가게에 손해(?)를 끼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냥 밥은 강릉역으로 가서 먹기로 했다.

오리를 테마로 한 선물가게
이 지역에서는 솟대를 진또배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3) 강문해변에는 '오리둥지 선물가게'가 있는데, 오리를 테마로 한 굿즈샵이다. 왜 하필 오리인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이 지역에 예전부터 진또배기(솟대)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진또배기는 물,불,바람이라는 세가지 재난을 막아주는 상징적이고 주술적인 존재인데, 꼭대기에 물오리 3마리가 앉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리는 물,육지,하늘 3가지 공간을 모두 넘나들기 때문에 예로부터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강문해변에 오리 굿즈샵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지역특색이 반영된 관광지를 가면 왠지 기분이 좋다. 

테라로사로 걸어가는 길, 보도는 없고 오른쪽에 배롱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
드디어 도착한 테라로사, 예전에 짝꿍과 와봤기 때문에 원두만 사가기로 한다.
진열된 테라로사 관련 상품들
냄새를 맡아보고 가장 향기가 좋은 원두를 샀다.

4) 강문해변에서 한 20분 정도만 걸으면 테라로사에 도착할 수 있다. 우선 테라로사의 가장 놀라운 점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가도 손님이 가득 차 있다는 사실, 그리고 계산대에는 항상 줄이 늘어서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테라로사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테라로사 같은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단, 이렇게 바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테라로사에서 강릉역까지 가는 길, 한산하다.

5) 테라로사에서 원두를 산 뒤, 강릉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강릉시내로 들어가는 길에는 도보가 잘 깔려 있어서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재밌는 점은, 이렇게 한적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카페와 음식점을 계속 마주쳤다는 점이다. 강릉을 걷다보면 정말 카페,음식점,펜션,기념품샵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만일 멋진 가게에 들르는 것을 걷기여행의 목적으로 삼는다면 얼마 안가서 질리고 말 것이다. 가게를 구경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도대체 나는 왜 걷고 있는 것일까? 첫째, 운동을 하고, 둘째,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한 뒤 기록하고, 셋째, 삶의 지혜를 얻어서 내 삶의 문제들에 적용해보려고 걷는 것이다. 기차를 타고 여행하면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서 말이다.

2만원짜리 참치초밥인데 정말 맛있었다.
하루만에 다시 돌아온 강릉역

6) 강릉역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먹었다. 맛있게 초밥을 먹고 근처에 있는 비교적 저렴한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카페에서 또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막상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내가 뭘 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참 의미없는 생각이었다. 2박 3일 동안 힘든 순간도 있었고, 자유롭게 여행을 즐긴 시간도 있었다. 그거면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행복한 순간이 오면 그 순간을 그냥 마음껏 즐기면 된다. 불행한 순간을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어쩔 수 없이 오는 불행이라면 온전히 그 불행을 느낀 뒤 헤쳐나가면 된다. 행복과 불행을 모두 겪다보면 점점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나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과 불행을 줄여나가는 방법을 점점 더 확실하게 알아가게 된다. 

환승역인 동해역에서 내려서 잠깐 산책을 했다.
오래된 간판을 보면 왠지 모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7) 강릉역에서 기차를 타고 환승역인 동해역에서 잠시 내렸다. 그리고 역 주변을 산책했다. 나는 이런 시간을 참 좋아한다. 오래된 간판, 길거리에 놓여진 가구들, 나무와 풀, 동물들.. 그런 것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만큼은 정말 그 시간에 몰입하게 된다. 1시간은 더 돌아다닐 수 있었겠지만, 기차시간이 다되어 30분만에 다시 역으로 돌아갔다. 이번 여행은 그렇게 끝났다.

 여행을 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불안감이 있었다. 대학교 입학 이후부터 최근까지도 직장과 관련된 불안감을 항상 갖고 있다. 직장에 못 가는 것이 불안한 것이 정말 불안한 것이 아니라... 내일도 출근하고 싶은, 내 적성에 맞는, 그런 직장을 영영 찾지 못할까봐 불안한 것이다. 그런 직장을 찾지 못하면 나 자신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떳떳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한편, 내 삶을 오히려 크게 불행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직장에 다니게 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은 걷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일단 걸어봐야 길이 힘든지 좋은지 알 수 있듯, 일단 내 적성에 맞을 것 같은 직장에 열심히 지원서를 넣고, 내 역량을 키우고, 다양한 일 경험을 해봐야 점점 그런 불안감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불안감이 줄어들어야, 비로소 내 삶이 좀 더 편하고 즐거워질 것 같다. 이번 여행의 교훈은 결국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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