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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연을 찾아서

태백시 구문소에서 고생대 흔적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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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태백시 하면, 사람들은 보통 태백산이나 석탄산업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태백시는 지질학적 연구가치를 가진 다양한 지형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늘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서 해설사로 일하고 계신 선생님과 함께 직접 구문소에서 고생대의 흔적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고로, 본인은 지질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며, 이 글은 전문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기억나는대로 단순히 기록을 한 것 뿐이다. 따라서 이 글에 오류가 많을 수 있으므로 보다 전문적인 내용은 아래 블로그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태백 구문소 전기고생대 지층 및 하식지형(천연기념물 417호) | Culture & History Traveling

강원도 태백시 동점동에 있는 구문소 전기고생대 지층 및 하식지형(천연기념물 417호)이다. 구문소(求門沼)는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에서 솟아난 황지천이 암반을 뚫고 지나면서 철암천과 만는

www.dapsa.kr

 

강원도 태백지질답사와 구문소의 퇴적구조

강원도 태백시의 구문소는 전기고생대 퇴적사가 잘 보존되어있어 이로인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

blog.naver.com

 

 우선, 오늘 방문한 구문소는 대략 이런 곳이다.

 

"천연기념물 제 417호로 지정된 구문소 전기 고생대 지층 및 하식지형은 약 5억~4억4천만년 전인 전기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막골층(석회암)과 직운산층(셰일)이 드러나 있는 곳으로 막골층에는 건열, 물결흔, 스트로마톨라이트, 새눈구조, 생교란작용, 소금흔, 석고흔, 습곡 등의 퇴적구조가 잘 발달해 있으며 직운산층에는 삼엽충류, 완족류, 두족류, 복족류, 필석류 등 다양한 화석이 대량 산출 되고 있다 태백 구문소는 한반도의 지사(20~5억년)를 유일하게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지질학의 보고지이다." (출처 :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 http://www.paleozoicgp.com/bbs/content.php?co_id=sub02_1_6)

강원도 태백시에서 경상북도 봉화군으로 이어지는 도로

1. 오늘의 탐방은 구문소 육교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자세히 보면 왼쪽의 구문소 구멍 하나, 중간의 일방통행 터널 하나, 맨 오른쪽의 양방향 터널 하나, 이렇게 총 3개가 존재하고 있다. 구문소는 약 1억년 전, 석회암 지형이 강물에 의해 침식되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중간의 일방통행 터널은 1937년 일본인들이 교통의 편의를 위해 뚫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맨 오른쪽의 동점터널도 199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각기 다른 이유로 만들어진 3개의 "구멍"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곳도 드물 것이다. 

2. 구문소의 형성 원인을 둘러싸고 많은 전설이 만들어졌다. 그 중 하나는 용에 관한 것인데, 두 마리의 용이 서로 싸우다가 한 마리가 땅 아래에서 솟구쳐 올라 구멍이 뚤렸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전설이 있으나, 오늘은 민속학이 아닌 지질학 탐구 시간이다. 우리는 고생대의 흔적을 찾기 위해 탐방로를 따라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구문소에서는 복족류 화석, 건열구조, 생교란구조, 연흔구조, 암염흔 등이 발견된다.
겨울이라 계곡물이 얼어있었다. 해설사 선생님을 따라서 계속 걸었다.
(왼쪽) 암염의 흔적, (오른쪽) 생교란 구조 

3. 설명에 따르면, 5억년 전 이 곳은 놀랍게도 갯벌이었다고 한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갯벌 지형에서 형성된 지층이 수억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지각판의 움직임에 의해 이리 뒤틀리고, 저리 솟아오르고~ 하다보니 평균 해발고도가 902m인 이 지역에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수억년이라는 시간의 힘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진다. 

 위의 왼쪽 사진을 자세히 보면, 사각형 다이아몬드 모양이 보이는데 이것은 암염, 즉 암석화된 소금이 박혀있었던 흔적이라고 한다. 박혀 있었던 암염이 녹아 없어진 뒤 그 자리만 남은 것이다. 오른쪽의 울퉁불퉁한 표면은 "생교란 구조"라고 하는 것인데, 갯벌 지형에서 살아가던 생물체들이 땅을 파고 살아가던 흔적이라고 한다. 

겹겹이 쌓인 지층을 보니, 마치 티라미수 케이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태백시에서 발견된 삼엽충 화석

4. 구문소 바로 뒷편에는 태백고생대자연사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다양한 화석 표본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태백시에서 발견된 것들도 꽤 많다. 위 사진은 삼엽충 화석인데, 삼엽충은 고생대 바다를 지배했던 절지류 생물이다. 

5. 고사리류 화석도 있었는데, 태백에서는 특히 고사리 화석을 자주 볼 수 있다. 석탄 채굴 과정에서 발견된 고사리 화석을 태백시 기념품으로 판매하거나 선물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고사리가 무성했던 고생대의 육지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조개류, 즉 완족류 화석이다. 골뱅이 모양의 복족류 화석도 관찰된다.
원시 송곳조개 화석
삼엽충 화석, 삼엽충은 성장하기 위해 탈피를 해야 했는데, 그 탈피된 껍질들이 쌓여 화석이 된 경우가 많다.
5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받기 싫다면 함부로 화석을 캐가면 안될 것이다.

6. 과학시간에 교과서에서 사진으로 화석을 접했던 적이 있고, 그 이외에는 다큐멘터리에서나 화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답사를 통해 현장에서 화석을 관찰한 것은 내 생에 처음이었다. 천 년도 아니고, 만 년도 아니고, 5억년 전 고생대 바다와 갯벌에서 살았던 생물들의 흔적을 생생히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단, 신기하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태백시의 하천에서 화석을 채굴했다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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