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지 활동 프로그램의 진행 보조로 잠깐 참여했다.
색깔이 들어간 찰흙을 빚어서 꽃을 만드는 활동이었는데,
내 역할은 어르신들에게 찰흙을 나눠드리는 것이었다.
어르신들이 치매가 있으셔서, 찰흙을 드시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어르신들이 잘 활동을 하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남자 어르신이 나를 부르더니 찰흙을 동그랗게 말았다.
"예전에 옹심이를 이렇게 빚어 먹었다고."
"어르신 이게 옹심이 알이에요?"
"그래."
"아~"
"그리고 만두도 이렇게 빚었어."
어르신은 찰흙을 만두피 모양으로 빚은 뒤 나에게 만두 잘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만두를 이렇게 만들면 끝 부분에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고."
"어르신, 끝 부분에 구멍이 있으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구멍이 있어야 돼. 만두를 냄비에 넣고 끓일 때 이 구멍 속으로 물이 들어가야 빨리 익지."
"아~ 그래요? 어르신 만두 장사 하셨어요?"
"아니, 그냥 집에서."
찰흙으로 하는 인지 프로그램도 재밌지만,
그 과정에서 어르신들과 이야기나누는 것이 참 재밌을 때가 있다.
물론 어르신은 오늘 프로그램의 목적이었던 꽃을 빚으시는 게 아니라,
만두를 여러 개 만드셨다.
그러나 그렇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르신이 즐겁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찰흙만두를 빚으셨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약) 프로그램의 내용과 재료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르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묻고, 여쭤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프로그램만 진행하고 끝난다면 뭔가 아쉽지 않은가? 프로그램 진행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구실로 어르신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종사자나 다른 이용자들과 도란도란 친목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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