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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새

(독후감) <조선생> 곽정식,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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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학에서 정치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기업에서 35년간 근무한 곽정식이라는 분이 쓴 책이다. 이 분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이 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이력이 엄청나신 분이다.

이 책은 21종의 새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내용이 굉장히 풍부하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 등 전세계를 아우르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얼마나 글로벌한 삶을 살아온 건지 궁금해진다. 심지어 북한과 관련된 내용까지 등장한다. 강화도에 대룡마을이라는 곳에 제비들을 보호하는 주민운동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다만, 이 책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한가지 주제가 있고, 그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으로 쓴 책이 아니다. 각 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저자의 경험담을 모아놓은 일종의 작은 백과사전이다. 따라서 새 한 종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기보다는 다양한 새들에 대한 넓은 지식을 얻기에 좋은 책이며, 저자의 경험담을 읽으며 삶의 교훈을 얻기에 좋은 책이다.

재밌는 내용이 많지만, 나는 그 중에서 닭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이 곳에 정리해두고자 한다.

2022년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1인당 17.5마리의 닭을 먹었다. 나는 닭고기를 좋아하는데, 일주일에 1마리는 먹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1년에 최소 50마리의 닭을 먹는 것이다. 왠지 닭들에게 미안해진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도축된 닭은 10억 3500만 마린데, 하루에 약 284만마리의 닭이 도살되는 꼴이라고 한다. 
닭 하면 닭고기가 떠오르고, 후라이드 치킨, 닭도리탕, 춘천 닭갈비가 떠오른다. 닭고기를 워낙 많이 먹다보니 닭이라는 말을 들으면 살아있는 생명체가 떠오르기보다는 식재료인 닭고기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 사람들은 닭을 단순히 식재료로 보지 않았다. 물론 먹기 위해 닭을 키우기는 했지만 가까이에서 닭을 관찰하며 닭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곤 했다. 한 예로, 중국 한나라 때 학자인 '한영'이 쓴 한시외전(韓詩外傳)에는 닭이 가지고 있는 다섯가지 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 한다.

닭은 머리에 벼슬을 쓰고 있으니 문(文)이요.
발에는 날카로운 갈퀴가 있으니 무(武)요.
적에게 과감히 맞서니 용(勇)이요.
먹을 것을 나누어 먹을 줄 아니 인(仁)이요
아침이 되면 빠짐없이 울어서 아침을 알리니 신(信)이다.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마트에서 죽은 닭을 보지만, 옛날에는 마당에서 닭을 키우는 집이 많았으므로 사람들은 닭을 직접 보며 이러한 내용을 떠올린 것이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주말 농장에 닭이 2마리 있는데, 실제로 닭을 보기 전에는 닭이 순하고 약간은 어리버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닭을 보니 경계심이 매우 강하고 몸놀림이 날렵했다. 기회만 되면 닭장을 탈출하려고 하였으며, 내가 실수로 닭을 놀라게 하면 큰 소리로 울면서 거칠게 날갯짓을 했다. 삵이 오면 닭이 사냥당하겠지만, 작은 족제비 정도는 닭이 충분히 쫒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닭이 왜 무(武)와 용(勇)을 갖추고 있다고 했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

새에 대한 넓은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이 책의 참고서적 중 재밌는 책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아래와 같이 정리해둔다.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김성호, 2008
https://www.yes24.com/Product/Goods/2921051
<동고비의 시간> 김성호, 20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2740673
<늦깎이 까치부부와의 만남> 오영조, 2021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1437942
<도시 오목눈이 성장기> 오영조, 2023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8569471
<고성 독수리의 꿈> 권오준, 2022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7474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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