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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새

(독후감)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우용태, 추수밭,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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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생 새를 연구하신 우용태 교수님이 쓴 책이다. 까마귀, 백로, 수리부엉이, 파랑새, 꾀꼬리 등등 새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모았다. 제목이 참 특이한데,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는 맨 마지막에 나온다. 이 교수님이 어렸을 때 한 이웃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내용이다.

옛날 옛적 한 낚시꾼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물총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모래밭에 부리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물총새가 그림을 그리자 호수에서 물고기가 튀어나와 모래밭에 턱 하고 떨어졌던 것이다. 낚시꾼은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물총새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물총새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모두 지워버리고 도망갔다. 그 이후 낚시꾼은 물총새를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호숫가에서 물총새를 기다렸다. 그리고 물총새가 나타나자 재빨리 그 현장을 덮쳐서 물총새가 그린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낚시꾼은 물총새가 그린 그림을 베껴서 자기도 모래밭에 똑같이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물고기는 한 마리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낚시꾼은 포기하지 않고 그 그림을 계속 모래밭에 따라 그리면서 실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림을 그리는 시간과 방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방향으로 그림을 그리니 정말로 물고기가 튀어나와 모래밭에 떨어졌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볼 수 있는 부적의 시초라고 한다. 끈기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가 보기에는 물총새로 상징되는 자연의 존재들이 가진 신이한 능력에 대한 믿음이 내포되어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우용태 교수님은 이 이야기를 듣고 새에 흥미가 생겨 평생동안 새를 공부하게 되었으며, 직접 새를 기르고 번식시키며 새의 생태를 연구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 교수님이 어디서 듣고, 본 내용을 베낀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이 경험하고 연구했던 내용들을 담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다른 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귀중한 내용들도 기록되어 있다. 다음은 이 책에 나온 부엉이와 관련된 속담이다.

"부엉이 집 만났다" : 부엉이는 새끼를 먹이기 위해 멧토끼, 꿩 같은 동물을 잡아다가 둥지 근처에 놓아둔다. 그래서 이른 아침 산에 갔다가 부엉이 집을 만나면 그 사냥감들을 운좋게 훔쳐올 수 있었다. 즉, 부엉이 집 만났다는 말은 운 좋게 뭔가를 얻었다는 뜻이다.
"부엉이 집 같다" : 부엉이는 육식 맹금류이며, 사냥한 동물을 먹은 뒤 소화가 되지 않는 깃털이나 털은 다시 뱉어낸다. 또 부엉이 새끼들은 어미가 물어준 사냥감을 부리로 갈기 갈기 찢어먹기 때문에 주변에 사체의 조각들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부엉이 둥지 근처는 매우 어지러운데, 부엉이 집 같다는 말은 정리정돈이 되지 않고 엉망이라는 뜻이다.
"부엉이 곳간 같다": 부엉이는 둥지에 사냥감들을 놓아둔다. 따라서 부엉이 곳간 같다는 말은 여러가지 귀중품이 모여 있는 모습을 의미하는 말이다. 하지만 야생동물들은 필요 이상의 먹잇감을 모아두지는 않기 때문에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듯, 이러한 속담들은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지 않는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이런 속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그런가? 옛날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산에 올라가서 땔감도 구하고, 나물도 캐고, 버섯도 따고, 사냥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자연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부엉이를 만날 수 있겠는가? 부엉이를 만날 일이 없으니 부엉이의 생태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게 되고, 부엉이의 생태를 모르니 그 생태에 빗대어서 속담을 만들 필요도 없어진다. 억지로 부엉이와 관련된 속담을 만든다고 해도 도시의 사람들은 공감을 하지 못하므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 자연과 관련된 속담들이 결과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교수님은 이 책을 최대한 쉽게 썼다고 했다. 하지만 책을 쉽게 쓰기 위해서는 그 몇배에 해당하는 깊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최소한 100 만큼 알고 있어야 10 만큼 쉽게 쓸 수 있는 것이다. 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주는 이 책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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