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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식물학

(독후감) <우리 소나무> (전영우, 현암사, 개정증보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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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발간된 <우리 소나무>라는 책이다. 이 책을 쓰신 전영우 교수님은 고려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산림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명예교수이다. 이 책은 2020년에 개정되어 출판되었는데, 그 책을 사서 읽었다. 

 

 설문조사를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가 항상 1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소나무에 대한 잘못된 소문과 근거 없는 지식들도 많다. 이 책은 소나무에 대한 그러한 오해를 바로잡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소나무가 어떠한 존재였는지를 파고 들어간 책이다. 

 

 이 책의 가격이 27,000원인데, 솔직히 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전문가가 썼다. 둘째, 한 종의 식물에 관한 깊이 있는 책이다. 셋째, 과학적인 내용과 문화적,역사적인 내용이 종합적으로 들어가 있다. 넷째, 저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전국을 돌며 자료를 모았다.

 

 나는 숲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숲에 관한 책을 종종 읽어보는 편이다. 그런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여기 저기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옮겨 적은 책을 읽으면 정말 허탈하다. 또, 숲에 사는 생물이 한 두 종인가? 그 수많은 생물들에 대한 글을 책에 다 담으려다 보니... 어떤 책들은 그냥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얕은 내용을 잔뜩 적어두기도 한다. 그것보다는 이 책처럼 1종의 식물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든 책이 훨씬 유익하다.

 

 우선 이 책을 읽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은, 전영우 교수님이 소나무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이다.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사는 지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를 두고 "자연의 섭리일 뿐이다."라고 보는 입장과 "그래도 우리 민족의 나무라고 할 수 있는 소나무가 사라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라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내가 전영우 교수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조심스레 예측하건데 교수님은 후자에 가까우신 분 같다.

 

 그 근거는 이 책의 309p에 나오는 문장들이다. "자연의 재생 능력을 존중하여 남산 소나무숲을 식생의 천이에 따라 그대로 방치하자는 주장을 펴는 학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남산 소나무는 우리의 정체성을 지배하는 상징적 문화 요소다. 마치 우리 정신을 지배하는 민족혼이나 정체성이 녹아 있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켜야 하는 것처럼 '남상 위의 저 소나무'도 우리의 민족혼을 지키는 정신이나 정서를 담고 있기 대문에 소중하게 가꾸어야 한다." 라고 저자는 쓰고 있다.

 

 아무튼, 이 책은 우리나라 숲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을 정리하며 독후감을 마친다.

 


 

1. 소나무의 영어 이름

 

-소나무는 영어로 japanese red pine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일본적송'을 영어로 번역한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왜 korean pine이 아니라 japanese red pine 인가?

-1796년에 독일에서 태어난 과학자 지볼트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서 일반외과 의사로 입사했다. 동인도회사에서는 지볼트가 뛰어난 의사이자 과학자임을 알았고, 그를 일본에 파견하여 교역을 확대하고자 하였다. 그는 일본의 다양한 정보는 물론 동식물에 대한 표본을 확보하여 네덜란드로 보냈다. 그리고 1842년, <일본식물지>라는 서적을 통해 일본에서 소나무를 부르는 말인 "아카마쓰"( 赤松)라는 단어를 알리게 된다.

-만약 지볼트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 파견되었다면 어땠을까? 또는, 당시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식물학자가 있어서 우리나라의 소나무의 표본을 국제학회에 보내면서 "korean pine"이라는 이름을 제안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 금강소나무, 안강소나무, 처진소나무, 반송은 소나무와 다른 별도의 종인가?

 

-먼저, 금강소나무는 소나무와 다른 종이 아니라, 소나무의 지역형 이름이다. 강원도 금강군에서 경상북도 청송군에 걸쳐 태백산맥과 동해안 일대에서 곧게 자라는 소나무로 강송이라고도 부른다. 금강소나무라는 용어는 일본인 산림학자 우에키 호미키 교수가 쓴 1928년의 논문 <조선산 소나무의 수상 및 개량에 관한 조림학적 고찰>에서 유래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개마고원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을 6개 지역으로 나눴다. 여기서 안강형 소나무와 금강형 소나무가 등장한다.

-1967년에 서울대 현신규 교수와 안건용 선생 등이 금강소나무의 우성이 소나무와 곰솔(해송)의 잡종강세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연구 방법상 문제가 제기되어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1990년대 김진수 교수 등의 연구에서는 금강소나무가 다른 소나무에 비해 품종으로 인정할만한 유전적인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모습이 그렇게 다를까? 여러가지 학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강원도와 경북 북부에는 사람들이 간섭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으나, 삼국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경주지역에서는 사람들의 간섭이 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주 지역에서는 수천년간 쭉쭉 뻗은 소나무들을 건축자재로 쓰기 위해 벌채를 했다. 그러다보니 구불구불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소나무들만 남았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실험을 한 결과, 다른 지역의 소나무들은 종자를 받아서 뿌리면 곧게 뻗은 소나무가 자라났으나, 안강형 소나무는 그 종자를 받아서 뿌려보니 똑같이 구불구불한 소나무가 자라났다. 이것은 오랫동안 인간의 간섭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학설이 있다)

-그럼 "처진소나무"와 "반송"은 무엇인가? 처진소나무도 소나무이다. 다만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성질을 가진 한 품종이다. 또, 반송은 줄기가 밑둥에서부터 동시에 여러개가 올라가는 소나무 품종으로, 반송의 종자를 따서 뿌리면 그 중 15%만 반송의 성질을 나타낸다. 조경수로 인기가 높다.

-현재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처진소나무"와 "반송"만 품종으로 인정하고, 금강송과 황금송 등은 별도의 품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3. 소나무의 생물학적 특성

 

-한라산에서는 1,800m 고지에서도 소나무가 자라지만, 육지에서는 보통 1,300m가 분포 상한선이며, 주로 해발 500m 내외가 분포 중심지이다.

-소나무는 1년에 한 마디씩 자란다. 따라서 소나무의 마디 수를 센 다음 4~5년을 더하면 소나무의 대략적인 나이를 알 수 있다. 물론 정확한 방법은 아니다. 

-소나무 씨앗이 잘 싹이 트려면 바닥에 낙엽이 없고 토양이 노출되어야 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낙엽을 모두 긁어 땔감으로 썼기 때문에 소나무가 자라기가 좋았다. 그러나 연탄과 도시가스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낙엽을 긁지 않게 되었다.

 

4. 소나무와 우리나라 문화

 

-소나무를 "나라 구한 나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조선시대 군선의 재료가 바로 소나무였기 때문이다.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소나무가 없었다면 판옥선도 없었을 것이고, 거북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소나무가 한국인과 일생을 함께 하는 나무였을까? 조선시대에는 소나무를 엄격하게 보호했다. 일반 백성들 중에 소나무로 관을 짜고, 집을 짓고, 가구를 만들고, 풍족하게 불을 떼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었을까? 

-조선시대에서는 소나무가 워낙 유용하다보니,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송금정책을 시행했다. 송금정책이란 소나무 벌채를 금지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 송금정책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를 갔을 때, 우연히 한 스님이 산을 돌아다니며 어린 소나무를 뽑아 죽이는 것을 발견했다. 정약용이 스님에게 물어보니, 지방관들이 소나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사찰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수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스님은 애초에 소나무가 없으면 그 모든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니, 어린 소나무들을 보이는대로 뽑아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스님을 보고 지은 시가 바로 <소나무를 뽑아내는 스님>이라는 시이다.

-15세기에 강희안이 지은 <양화소록>이라는 책에서는 화목을 9등급으로 나누었는데, 그 9등급에서 1등급에 속한 화목들인 소나무, 대나무, 연꽃, 국화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소나무이다.

 

5. 우리나라의 유명한 소나무

 

-경북 예천에 있는 석평마을에 가면 거대한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그 소나무의 이름은 석송령인데 무려 1,215평의 대지를 소유하고 종합토지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 마을에 살던 이수목이라는 노인이 죽으면서 자신의 토지를 이 나무 앞으로 기증한 것이다. 주민들이 그 분의 뜻을 이어받아 1927년에 석송령 앞으로 토지 등기를 하였다.

-정이품송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나무인데, 1464년에 세조가 이 나무 아래를 지날 때 나무가 가지를 스스로 쳐들어 그 행차를 도왔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의 장관급인 정이품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 어디에도 그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민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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