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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동물권

(독후감)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남종영,북트리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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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 YES24

어쩌다 운 좋으면 다정한 인간의 집.그렇지 않으면 비좁은 축사, 번식장, 공장, 실험실, 동물원…“같은 생명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모순적이다. 어떤 동물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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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자연을 보전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왜 자연을 보전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보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저자가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이 책은 다양한 동물의 권리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며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왜 자연을 보전해야 할까?" "어떻게 보전해야 잘 보전하는 걸까?" "자연은 무엇이고, 보전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하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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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멧돼지가 배추나 감자 같은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농민들의 피해가 크다는 뉴스를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피해가 크다면, 우리나라 산에 살고 있는 멧돼지들을 전부 사냥해서 멸종시켜버리면 안될까?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잘못 뽑은 젠가 블럭 하나 때문에 탑이 무너지듯, 멧돼지라는 구성원이 사라지면 생태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생물들은 각기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멧돼지가 사라지면 그 틈을 타 멧돼지와 먹이 경쟁을 하던 다른 동물들이 번성하게 될 것이고, 인간에게 또 피해를 끼칠 것이다. 끝없는 악순환이다.

멧돼지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새끼 멧돼지는 삵, 담비 등 우리나라 생태계의 몇 안되는 육식동물들의 사냥감이다. 또, 멧돼지는 식물들의 종자를 퍼뜨리는 역할도 수행한다. 멧돼지의 털에는 수없이 많은 식물의 종자들이 붙어 있다. 멧돼지는 나무에 몸을 비비거나 땅을 파낸 뒤 진흙으로 목욕을 하는 습성이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털에 붙어 있던 종자들이 퍼지게 된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던 멧돼지가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호랑이나 표범같은 포식자가 사라진 우리나라의 숲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주기적으로 멧돼지를 사냥하여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 그리고 멧돼지에 의해 피해를 받은 농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다. 그리고 멧돼지들의 영역을 더 이상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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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멧돼지들을 함부러 죽여서는 안된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이 또 생긴다. 숲에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멧돼지들은 죽이면 안된다면서, 왜 돼지 농장에서 길러지는 돼지들은 마음대로 죽여서 돼지고기로 만들어 파는 것일까? 그래도 되는 걸까?

인간의 입장에서 단순화시킨다면, 숲은 인간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유익한 생태계이다. 나무가 울창한 숲에 가서 편안히 쉴 수도 있고, 생태관광지로 만들 수도 있고, 녹색댐이라고 하여 물을 저장해주는 역할도 한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도 흡수해준다. 따라서 그런 숲 생태계의 한 축인 멧돼지를 죽이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돼지농장의 돼지들은 애초에 돼지고기로 만들기 위해 태어난 생명들이다. 돼지들을 키워내기 위해 농장주는 돈을 투자했고, 돼지고기가 팔려야만 농장주는 돈을 벌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고민을 멈춘다. 그러나 여기에 한번 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죽여도 되는 동물과 죽이면 안되는 동물의 기준이 뭘까?" 라고 말이다. 여기에 크게 3가지 답변을 생각해볼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이 주제에 관해 팀을 나눠 토론을 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1)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죽여도 되는 동물과 죽이면 안되는 동물의 기준을 인간이 설정할 자격은 없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종이 다를 뿐, 똑같은 동물일 뿐이다.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로 동물을 구분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다른 동물들과 동등한 입장인 인간이 어떻게 동물들의 생사를 가를 기준을 설정한단 말인가? 그러나, 기준을 세울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이에 이미 수많은 동물들은 끔찍하게 죽어가고 있다. 기준을 세우지 않는 것은 곧 현실을 외면하고 방치하는 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2) 고통을 느끼는 동물은 죽이면 안되고, 고통을 못 느끼는 동물은 죽여도 된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도덕 공동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사람들끼리 서로를 이유 없이 죽이면 비도덕적인 일이 되는 것처럼, 동물들이 도덕 공동체에 포함된다면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는 것도 비도덕적인 일이 된다. 같은 도덕 공동체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고통을 느끼지 못한 인간이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동물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 지에 관한 문제가 생긴다.

(3)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은 죽이면 안되고, 해를 끼치는 동물은 죽여도 된다.
-인간 중심적인 관점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 관점이 가장 편하긴 한 것 같다. 민가로 내려와서 고구마 밭을 쑥대밭으로 만든 멧돼지는 죽여도 된다.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단, 숲 속에 얌전히 지내는 멧돼지들은 건들면 안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 돼지 농장의 돼지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애매하다. 그 돼지들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도축당해야 하는가? 그들이 인간에게 무슨 피해를 줬는가? 만일 돼지 농장의 돼지들은 예외로 한다면, 그 기준은 또 무엇인가?

이 책을 읽다보면 위와 같이 동물의 권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에 대해 접하게 되고, 또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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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왜 인간은 자연을 보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독후감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왜 인간은 자연을 보전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곧 '왜 인간은 자연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생물들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그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내버려둬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풀어낼 수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중심적 관점을 지지한다. 자연 생태계는 중요한 탄소흡수원이며, 녹색댐이며, 인간의 휴식처이며, 영감의 원천이자 연구 대상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파괴되면 결과적으로 인간도 살아남을 수 없으며, 살아남더라도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을 보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얼마나" 보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찾아나가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나는 고통을 느끼는 동물들에 한해서는 그들도 최소한의 소극적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데, 우리나라의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은 인간과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적어도 이들에 대해서 인간들이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 나아가, 소극적 자유는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 닭, 돼지 등의 가축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동물농장에서 끔찍한 방식으로 사육되는 동물들을 외면한 채로 자연 생태계의 동물들만 보호하자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숲 속의 멧돼지나 가축화된 돼지나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는 동물인 것은 매한가지이다. 단, 배양육 등의 대안이 경제성을 얻기 전까지의 과도기에서는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가축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최소화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고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렇게 살아도 될지 고민이 든다.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리고 동물들도 인간처럼 똑같이 희노애락을 느끼는 생명체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끔찍한 방식으로 사육된 동물의 고기는 소비하지 않아야 하며, 배양육 등의 대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그 윤리성에 대해 다함께 검토해야 한다. 한편, 사회적으로는 비인간 동물들도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야 하며,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관한 감춰진 진실들을 끊임없이 밝혀나가야 한다. 이러한 고민과 실천없이 자연보호를 외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공허한 외침 또는 기만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자연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자연 속의 인간을, 그리고 인간 속의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연 생태계와 각 생물종의 생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 보전에 대한 철학을 심화시켜야 한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철학과 사례와 체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자연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느끼고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거들어야 한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현 상황에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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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나기로 스스로 결정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지만, 살아가는 동안 어떤 선택을 하며 살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단,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는 것 또한 일종의 결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 생각해볼 주제에 대해서 정리하고 글을 마친다.

(1) 동물 위령제를 지내는 이유
http://snuh.org/board/B003/view.do?bbs_no=2854&searchKey=&searchWord=&pageIndex=1

“우리는 감사한다” 실험동물 위령제 개최

“우리는 감사한다” 실험동물 위령제 개최연간 2억 마리의 실험동물이 인간의 건강을 위해 희생된다.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기억하고 감사하는’것이다. 서울대병

snuh.org

(2) 수족관 돌고래의 현실과 제돌이 이야기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1054621.html

인간은 돌고래에게 ‘결자해지’ 할 수 있을까요? [The 5]

[더 파이브: The 5]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미래

www.hani.co.kr

(3) 공장식 축산의 폐해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farm_animal/1019451.html

스톨 사육 아십니까 …국민 97.2% “공장식 축산 개선해야”

[애니멀피플]어웨어, 시민 2000명 대상 농장동물 복지 인식 설문조사국민 절반이 스톨사육 등 몰라…95.8% “더 많은 정보 필요”

www.hani.co.kr

(4) '동물복지'와 '동물권' 사상의 차이
http://pnr.or.kr/archive/1186

[칼럼] 동물권을 아시나요? |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매일같이 고기를 먹으면서,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가방을 메면서, 또 화장품을 바르고 동물이 나오는 쇼를 보면서 ’인간이 과연 이렇게 동물을 이용할 권리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 본 사

pnr.or.kr

(5) 랍스타는 고통을 느낄까?
https://www.yna.co.kr/view/AKR20210709068600009

"고통 느낀다"…영국 랍스터 산 채로 삶기 금지할 듯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국에서 살아있는 랍스터(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삶는 요리방식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ww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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